美, 중동 외교 번번이 굴욕

시리아·이란 제재 난관
이집트, 미국인 44명 재판 회부
미국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 중동 외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엔에서는 미국 주도의 시리아 제재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주요국의 비협조 탓에 미국의 이란 제재가 수월치 않다.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붕괴된 뒤 군부가 장악한 이집트의 과도정부는 미국인을 볼모로 잡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민주 시리아의 친구들’이 단결해 시리아 국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누릴 권리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뜻있는 국가들이 연맹체 같은 조직을 만들어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전날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정부 제재안이 부결되자 미국이 대안을 내놓은 셈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퇴진하고 민주정부가 수립돼야 한다는 데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과 뜻을 같이했다. 독일은 국제 연락그룹을 결성,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이란 제재법을 도입했으나 이행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은 제재 예외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 세계에서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이란 투자에 활발한 중국도 제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지역 최대 동맹국인 이스라엘은 미국의 외교적 노력과 자제 요청에도 이란 핵 개발 시설을 직접 폭격할 태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해 모든 일을 다하겠다”면서도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다음달 초 미국을 방문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어떤 논의를 할지 주목된다.

AFP통신과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은 이집트 당국이 외국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비정부기구(NGO)와 시민단체 활동가 등 44명을 카이로 형사법원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에는 레이 러후드 미 교통부 장관의 아들 등 미국인 19명과 세르비아인 5명, 독일인 2명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 소식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집트 정부의 분명한 해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이집트 당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이뤄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