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퇴직연금 '민·관 영역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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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이전투구하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겁니다.”(고용노동부) “기존 조직 위에 ‘옥상옥’을 또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금융투자협회)
가칭 ‘퇴직연금협회’ 설립안을 놓고 관계부처와 업계 사이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주장은 다르지만 비판 논리는 비슷하다. 급팽창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상대방이 ‘영역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논란의 발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모두 참여하는 상위 단체를 만들자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보험협회와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으로 사업자가 나뉘어져 있어 업권별 이해 갈등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퇴직연금시장 발전을 골자로 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올해는 특히 모집인 제도가 도입되는데, 이들의 등록·교육을 어디서 맡을 것인가가 관심사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협회를 만들어 모집인 관리와 각종 연구, 업계 의견 조율 등을 맡기는 방안을 최근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반발 기류가 강하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기존 금융업 협회도 관련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데 굳이 상위조직을 두어야 하느냐’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금융업 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협회 운영에 따르는 비용은 결국 업계 부담”이라며 “영역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도 더 많은 절차만 거칠 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게 원칙”이라며 겉으론 한 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모집인 제도 도입에 앞서 상반기 중엔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유명무실해진 퇴직연금발전협의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면 된다”며 “금융업 관련 단체들이 자기 영역이 침범당할까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퇴직연금시장에서 관할 단체 또는 부처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관할하려는 신경전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는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최근 퇴직연금시장은 5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책임질 최후의 보루다. 정부와 업계가 시장 발전에 초점을 두고 최선의 접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