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판다] 'PF 폭탄'…건설사 M&A 줄줄이 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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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황에 속수무책건설사를 인수·합병(M&A)했다 뒤탈이 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웅진그룹에 앞서 금호그룹(대우건설) LIG그룹(건영) 효성그룹(진흥기업) 대한전선(남광토건) 세븐마운틴그룹(우방) 등이 건설사를 사들였다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거나 그룹이 공중 분해됐다. 건설업계는 2000년대 들어 건설사를 샀다가 재미를 본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건설사 M&A가 독이 된 것은 무엇보다 M&A 시점을 잘못 선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건설사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시점은 부동산 경기가 최대 호황을 보였던 2003~2007년 사이다. 기업들은 부동산 경기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건설사를 사들였지만 예상과 달리 2007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황호승 델리게이트M&A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다보니 경영권 프리미엄에 거품이 형성됐었다”며 “인수 후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불황이 닥치면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인수한 건설사는 물론 그룹 전체 위기로 확대되는 것은 채무에 크게 의존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구조 탓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요즘 웬만한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는 총매출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자체 자금으로 사업자금 전체를 조달하는 게 불가능하다보니 대부분 사업비를 대출과 분양대금에 의존한다. 분양에 실패하면 단일 프로젝트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기 다반사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은 특성상 시장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며 “M&A를 위한 자산평가 과정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건설사 M&A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외형을 단기간에 키우기에 안성맞춤인 데다 계열 건설사가 있으면 공장 건물 등 그룹 내부 공사를 맡길 수 있어서다. 건설업은 자재 공급 등 전후방 업종이 많아 주변의 지인 등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쌍용건설 성원건설 범양건영 등 M&A로 나오는 건설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진행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한 뒤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