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軍경험…남다른 '물관리'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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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계열 '석수와퓨리스' 다시 맡은 최광준 대표최광준 석수와퓨리스 대표(61·사진)는 같은 회사 대표를 두 번째 하고 있다. 그는 2006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한 차례 석수와퓨리스 대표로 일했다. 그 뒤 하이트진로 그룹에서 관리담당 부사장 일에 전념했지만 1년이 채 못 된 지난달 다시 돌아왔다. 하이트진로 그룹이 먹는샘물 사업에 승부수를 건 것이다. 먹는샘물을 생산·유통하는 석수와퓨리스를 하이트진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만드는 게 그의 임무다.
최 대표는 7일 “그룹 부사장을 계열사 대표로 보낸 것은 그 계열사를 그룹 차원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임 전문경영인 사장이 재임기간 중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을 잘라낸 게 최 대표의 복귀 배경이다. 그룹은 장기 전략적 차원에서 단기적 영업이익보다 매출 확대를 택했고 이를 잘 해냈던 최 대표를 다시 석수와퓨리스로 불러들였다.시작은 ‘상큼’하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석수’가 한국경제신문·한국소비자포럼이 주최하는 ‘2012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받는다. 10년 연속 대상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장이 레드오션이다. 최 대표는 “생수시장은 이미 사업자 과포화 상태에 달했고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어렵다”며 “이렇다 할 묘안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최 대표는 당장 특효를 내는 전략보다는 장거리 달리기를 준비 중이다. 단기 마진보다 유통채널 확대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유통망을 개척하거나 마라톤대회 등 물이 필요한 행사에 원가 수준으로 물건을 대고 있다. 자사 상품이 소비자들 눈에 많이 띄게 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대표가 석수와퓨리스 사장으로 처음 온 2006년에는 수출국이 5개국이었으나 지금은 19개국으로 늘어났다. 최 대표는 “현재 수출로 거두고 있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8%가량”이라며 “매출의 절반을 수출로 채울 날을 기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 대표에게는 남다른 무기가 있다. 그는 군생활 30년 경험으로 남다른 조직관리 노하우를 얻었다. 최 대표는 1975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며 군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 합동참모본부 검열단 부단장(준장)으로 예편한 군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최 대표는 “군대에서 배운 소통의 기술이 사장 일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대원들이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뜻을 읽을 때 그 부대가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죠. 직원들의 속을 잘 아는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습니다. 사장이 영업사원 일에 시시콜콜 간섭해서는 안 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하거든요.”
최 대표는 “샘물 시장에서는 물 품질은 그대로인데 포장용기 디자인만 바꾸고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훨씬 비싼 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수질이 프리미엄이어야지 가격이 프리미엄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하고 깨끗한 물의 정신을 배워 ‘눈가리고 아웅’하지 않고 정직하게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