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 셸과 손잡고 윤활유 사업 진출
입력
수정
내달 합작법인 설립…2014년부터 상업가동현대오일뱅크가 석유 메이저 셸(Shell)과 손잡고 윤활기유 사업에 본격 나선다.
영업이익률 높아 '매력'…정유사 앞다퉈 투자 확대
현대오일뱅크는 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권오갑 사장과 마크 게인스보로 셸 이스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윤활기유 합작을 위한 계약 서명식을 가졌다. 합작사는 201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 10월 충남 대산공장 부지에 윤활기유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2014년 상업가동
현대오일뱅크와 셸은 3월 합작법인 현대셸베이스오일(가칭)을 설립하고, 대산공장 내 3만3000㎡(1만평) 부지에 처리용량 기준 하루 2만배럴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오일뱅크와 셸이 각각 6 대 4 비율로 출자하며, 경영권은 현대오일뱅크가 갖는다. 현대오일뱅크는 생산된 윤활기유 제품을 셸의 윤활유 공장에 원료로 공급하고 셸의 유통망을 통해 전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다.양사 간 합작은 처음이지만 셸은 현대오일뱅크의 전신인 극동석유공업과 인연이 있다. 극동석유공업은 1969년 셸과 50 대 50으로 합작해 극동셸석유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1977년 셸이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셸 지분 50%를 현대가 매입해 현대정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1999년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지분 일부를 넘기면서 현대오일뱅크로 변경됐으며, 현대중공업이 법정다툼 끝에 2010년 경영권을 되찾았다. 11년 만에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복귀한 현대오일뱅크가 25년 뒤 다시 셸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기유 공장 가동으로 2015년엔 7000억원의 매출과 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권 사장은 이날 서명식에서 “2010년 현대중공업으로의 편입 이후 석유정제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하는 데 노력해 왔다”며 “윤활기유 사업 진출은 현대오일뱅크가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활기유사업 영업이익률 높아정유 4사 중 윤활기유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고도화설비를 확장하면서 윤활기유 사업 진출을 타진했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며 준비해 왔다.
윤활기유 원료가 되는 미전환잔사유(UCO·Unconverted Oil)는 고도화설비에서 경질유 제품을 만들고 난 뒤 얻는 유종이다. 기존 원유정제시설(CDU·Crude Distillaste Unit)로는 거의 얻을 수 없어 고도화설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섞으면 윤활유 제품이 생산된다.
윤활유는 자동차 산업의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서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수출 사업으로, 내수인 정유 부문과 달리 기름값 인하 등에 대한 부담도 없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윤활기유 영업이익이 29.1%로 30%에 육박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43%를 차지할 정도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도 영업이익 510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하지만, 윤활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8.8%에 이르렀다.
돈이 되는 윤활기유 사업에 정유사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일본 JX에너지와 합작으로 3500억원을 들여 울산공장에 제3윤활기유 공장을 건설 중이고, GS칼텍스는 중국 둥펑윤활유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윤활기유 시장은 세계 자동차 수요 증가와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고품질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