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배당금 확 줄인다

삼성전자 44% 줄인 8271억…현대차는 4801억

미래 성장동력 재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대비…올 사상 최대 규모 선제투자

사회적 책임 비용 증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경영패러다임 변화 분석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대기업들이 올해 주주배당을 크게 줄이고 있다.

당기순이익에서 주주에게 배당금을 어느 정도 나눠주는지를 나타내는 배당성향을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3%에서 올해 6.0%로 낮아졌다.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LG화학 기아자동차 신세계 등 업종 대표 기업들도 잇달아 배당성향을 낮추고 있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영성과의 몫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등의 배당성향은 2~3년 연속 낮아지는 추세다. 대기업이 배당을 줄이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성장이 강조되면서 미국식 ‘주주(shareholer)자본주의’의 경영 패러다임이 독일이나 일본식 ‘이해관계자(stakeholder)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성향 상장사 평균보다 낮아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주당 5000원(우선주는 5050원) 현금 배당안을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의결했다. 작년 상반기 실시한 중간배당(500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 배당금은 8271억원이다. 지난해 총 배당금 1조4965억원보다 44% 줄었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11.31%에서 올해 6.02%로 낮아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도 배당성향을 낮췄다. 현대차는 8조1040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5.92%인 4801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전년의 7.80%보다 낮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2610억원을 배당, 배당성향이 전년의 16.2%에서 8.20%로 떨어졌다.

이 같은 대기업의 배당성향은 상장 기업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16.25%였다.◆미래 성장동력 투자 확대

대기업들이 배당을 줄이는 이유는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8.6% 늘어난 25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14조1000억원의 투자를 확정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줄인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등 성장동력 개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축소는 주주가치 감소로 이어진다. 주주 중시 경영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고배당보다는 적정 배당과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주가를 높여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석규 GS자산운용 사장은 “기업들은 통상 투자수익률이 주주 배당 수익률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배당을 유보하는 대신 투자를 확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배당을 늘려 주주가치를 높이는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주에서 이해관계자 중시로”

대기업들의 배당성향 감소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핵심으로 하는 ‘주주 중시 자본주의’에서 주주뿐만 아니라 종업원, 고객, 지역사회,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 모두를 배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잡 셰어링) 등은 기업에 추가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지속 성장 경영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자본주의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