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시장,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코뮌 꿈꾸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주민이 직접 저리융자 자금으로 노후된 주택을 개량하고 서울시는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 시장은 이미 이 사업을 위해 1349억원의 예산을 마련해놓았다고 한다.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일로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도 하던 일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뉴타운 사업을 대체할 만한 대안인지는 미지수다. 어제 있었던 한 세미나에서는 뉴타운 규제로 아파트 연평균 공급량이 적정량인 3만5000가구의 절반 안팎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마을공동체 사업에 몇몇 성공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50~100가구의 작은 공동체다. 마포구에 200가구 정도 되는 곳도 있다지만 이는 4가구로 출발한 자생적인 공동체인 데다 외부의 지대한 관심과 지원 속에 성장한 마을이다. 이런 마을을 1만명이 넘는 동단위에도 구성하겠다니 벌써부터 지역 내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 메리트가 낮아 찬반이 갈릴 게 뻔하다.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높을 수는 있겠지만 주민생활이나 주거여건이 개선되기는 본질적으로 힘든 구조다. 주택의 공급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 새로 지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재개발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각종 개발이익을 정부에 가져다 주는 사업이지만 이 사업은 거꾸로 정부가 매번 보조금을 주어야 한다. 보조금만큼은 주택이나 주거의 가치가 올라가겠지만 그게 전부다. 모든 재건축 재개발에 보조금을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 사업의 정치적 배경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래 전부터 정치적 이유로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사업이 거버넌스(공공경영)라는 명분 아래 지역사회를 정치 집단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택 개선사업이 아니라 커뮤니티 조성이 더 큰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서울시 의회를 통과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는 사실상 시민단체가 작성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광우병 파동, 제주 강정마을 폭동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던 단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