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 국회 전격 통과…"종편에 광고 직접영업 허용은 특혜"

방송업계 "3년유예는 종편 챙기기" 반발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한 ‘미디어렙법’(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방송광고체제 공백으로 인한 혼란은 피할 수 있게 됐으나 4개 종합편성 채널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직접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종편 특혜’란 말을 듣게 됐다.국회는 이날 새누리당이 제출한 미디어렙법 수정안을 찬성 150표, 반대 61표, 기권 12표로 가결했다.

수정안에는 4개 종편 채널에 대해서는 미디어렙 광고위탁을 3년간 유예하고, KBS와 EBS는 물론 MBC까지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게 돼 있다. 또 민영 미디어렙의 한 방송사 최대 지분을 40% 이하로 제한하고 지주회사의 출자를 금지했으며 중소방송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 평균매출 이상의 광고 연계판매를 의무화했다.

그동안 MBC는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으나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미 민영 미디어렙을 준비 중인 SBS의 경우 지주회사의 출자가 금지되고 최대 지분이 40%로 제한됨에 따라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KBS MBC EBS를 포함한 공영 미디어렙과 SBS 민영 미디어렙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작년 12월 출범한 4개 종편에 대해서는 ‘3년 유예’라는 혜택을 줬다. 3년 동안 미디어렙에 참여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이에 대해 방송업계는 “종편 일병 챙기기냐”며 반발하고 있다.

미디어렙법은 2008년 11월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이 시급했으나 여야와 방송사들의 이해가 엇갈려 3년 동안 합의하지 못했다. 이 바람에 중소 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독점에 따른 광고 급감을 우려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렙법이 통과됨에 따라 방송광고 시장이 KOBACO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중소방송사 광고판매 지원이 제도화돼 방송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디어렙 허가심사 기준, 중소방송 결합판매 할당기준 등을 담은 시행령을 조속히 제정하겠다고 밝혔다.방통위는 기존 KOBACO를 승계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5월 말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미디어렙법에 따라 방송광고 판매대행, 방송통신광고산업 진흥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방통위는 공사 설립을 위해 조만간 공사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본계획 수립, 임원 선임, 법인 등기 등을 추진한다.

또 미디어렙법 시행령 제정 후 3개월 이내에 민영 미디어렙 허가심사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허가심사에서는 방송광고판매계획의 실현 가능성, 중소방송 지원 방안의 적절성, 경영계획의 적절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중소방송 지원, 광고시장 공정경쟁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허가조건으로 붙일 예정이다.

아울러 민영 미디어렙 허가 시점에 맞춰 중소방송 결합판매 할당기준을 고시하고, 전파료 배분, 중소방송의 자체 광고 판매 지원에 대해서도 허가심사 때 지원계획을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허가조건을 붙일 계획이다.김용수 방통위 방송진흥기획관은 미디어렙법에 대해 “불만이 있는 참여자가 있을 수 있지만 최선의 타협이라고 본다”며 “방송광고시장의 새 질서를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영 미디어렙 수를 제한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업자 수를 제한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