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미소 외교'…美, 설렘 반 걱정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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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국가주석급' 訪美…무역·인권 등 포괄적 논의“뻣뻣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는 다를 것이다.”(워싱턴포스트), “시진핑 부주석의 개방적 성향이 중국 경제개혁에 희망을 걸게 한다.”(월스트리트저널)
"뻣뻣했던 후진타오와 다르다"…양국 모두 조심스러운 배려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13일(현지시간)부터 4박5일간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미국 현지언론과 전문가들은 그의 리더십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후진타오 주석을 이어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시 부주석에 대해 일단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높았다. ◆G2, 밸런타인데이 회동
시 부주석은 14일 백악관에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을 만나 양국간 이슈와 지역 및 글로벌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에는 이날 회동이 그의 리더십을 탐색하고, 향후 10년간 전개될 미·중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시 부주석에게는 주요 2개국(G2)으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위상을 부각시키고 자신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첫 행보였다.
회동에서 양국 간 무역 관계, 중국의 위안화 통화정책과 인권 문제, 이란 핵개발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을 뿐 특별한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시 부주석은 아직 국가주석이 아니라 미래 지도자”라면서 “이날 회동은 양국 관계를 다지기 위한 투자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 시 부주석의 부담을 덜어줬다. 중국 인민일보도 사설에서 “서로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는 ‘서로를 아는 여행(認識之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우려보다는 기대가 높아
이런 시 부주석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뻣뻣한 것으로 유명한 후 주석에 비해 보다 자신감이 있고 사교성이 좋다”고 보도했다. “다른 중국 지도자들과 달리 준비된 메모 없이도 자기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 부주석을 세 번이나 만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그가 후 주석보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인물론을 내놨다.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도 “시 부주석은 1985년 아이오와를 방문한 뒤 미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데다 소통력도 좋다”면서 “자신감이 강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5년 후 주석이 첫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선택한 반면 시 부주석은 미국 아이오와를 선택한 점을 들어 두 사람의 개방성을 비교했다. 시 부주석은 경제 개혁성도 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의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가 1978년 광둥을 중국의 첫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그에게서 경제개혁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부주석은 이날 미 국무부와 국방부를 방문하고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도 만났다. 이어 아이오와주의 농장을 들른 뒤 16일과 17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내며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도 관람한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김태완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