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中企 '맞춤 치료' 받는다

중기청·신보·기보 MOU '건강관리 시스템' 도입
기업 경영애로 진단·처방…자금·R&D 등 지원
이익재 세신정밀 대표(64)는 2008년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치과치료용 핸드피스를 국산화한 뒤 수주에 성공했지만 부족한 설비투자로 납기를 맞추기가 빠듯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건강진단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하고 신청서를 냈다. 중진공은 세신정밀에 대해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급속한 성장에 따른 내부 인프라 및 역량 불균형’ 진단을 내렸다. 사람으로 치면 ‘성장통’ 진단을 내린 셈이다. 중진공은 투자에 필요한 정책자금을 지원, 숨통을 틔워 줬다. 이 대표는 “건강진단사업 덕분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신정밀의 경우처럼 특정 분야는 물론 기업경영 전반에 대해 정밀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주는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이 도입된다. 중소기업청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진공은 14일 여의도에서 이런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은 송종호 중기청장이 중진공 이사장 시절 도입한 ‘건강진단사업’ 모델을 확대 발전시킨 것이다. 건강진단사업이 특정 부위를 치료하는 개원의라면 건강관리시스템은 신체 전부를 돌볼 수 있는 종합병원에 비유된다.

기술경영 전문가가 기업의 전반적인 건강을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진단기관이 종합진단표와 성장로드맵 등의 처방전을 발급하면 지원기관이 자금, 보증, 연구·개발(R&D), 마케팅, 공정혁신, 사업전환, 인수·합병(M&A) 등 맞춤형 치료법까지 일괄 제공하는 개념이다.

창업 후 2년이 지나고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이면서 일시적인 경영애로 및 기업 성장통을 겪고 있는 기업이 신청 대상이다. 올해는 먼저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산업 소기업과 녹색·신성장동력, 부품·소재 등 전략산업분야 창업기업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접수기간은 이달 15~24일, 3~12월은 매월 1~10일. 정부는 이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약 30개 지원사업 간 칸막이를 걷어 내기로 했다. 기관마다 독자적으로 지원하는 종전 방식으로는 중소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지방중기청의 기능을 기존 ‘지원기관’에서 ‘문제해결기관’으로 개편키로 했다. 각종 지원책을 단순히 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각오다. 송 청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속담이 있다”며 “4대 기관이 합심해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을 통한 국가 경쟁력 기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