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복지예산 70% 고령층에 집중…젊은층 "혜택없이 빚만 떠안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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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의 도쿄 리포트 (2) 복지와 포퓰리즘 줄타기“일본은 지금 현역(15~64세) 3명이 고령자(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지만, 두살배기가 서른이 되는 2040년엔 현역 1.2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다케이시 에미코 호세이대 교수)
30년뒤 현역 1명이 노인 1명 부양
100년 안전하다던 공적연금, 20대 거부로 납부율 60% 불과
정치권은 무차별 복지경쟁만
일본 복지시스템이 흔들리는 근본 원인이다. 고령화로 사회의 노년층 부양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반면, 인구가 줄고 경제는 위축돼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이는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복지 개혁은커녕 눈앞의 표에 급급해 재원대책 없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두 나라가 닮은 꼴이다.◆‘사상누각’ 연금제도
가장 큰 문제가 연금이다. 일본 공적연금은 의무가입이고, 그해 걷어 그해에 지급하는 부과방식이다. 한국 국민연금이 이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2004년 연금 개혁 당시 ‘100년은 안전하다’고 장담했던 공적연금이 10년도 안 돼 파탄 지경이다. 고령층에 대한 과도한 혜택과 젊은층의 납부 거부 때문이다.
연금 구조상 57세(1955년생) 이하는 납부액보다 수령액이 적어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85년생(27세)은 낸 돈보다 713만엔(약 1억700만원)을 덜 받게 된다. 65세가 돼 20년간 연금을 받을 경우 월 3만엔(약 45만원)씩 손해보는 셈이다. 실상이 이러니 연금 납부율은 60% 안팎에 그친다. 국회의원과 관료 중에도 미납자가 수두룩하다. 한국과 달리 미납 시 강제 구상권이 없는 탓이다. 특히 20대는 제대로 내는 사람이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5년마다 재추계한 연금 수지가 4~5차례나 빗나갔고, 연금 납부기록 누락자까지 생기자 젊은층의 연금 불신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빚내서 퍼주는 복지
‘단카이 세대’를 포함한 일본의 베이비부머(1947~51년생)는 1000만명이 넘는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65세가 돼 연금 및 노인의료 수급자가 된다. 통상 70대부터 의료비가 크게 느는데, 이들이 70세가 되는 5년 뒤부턴 고령자의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은 재정을 압박할 최대 요인이다.
일본의 각종 복지 지출은 예산 특별회계 등을 합쳐 연간 110조엔(약 1650조원)에 이른다. 이 중 70% 이상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고, 재원의 상당 부분을 국채로 조달한다. 젊은 세대는 혜택도 못 누린 채 나라빚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케이시 교수는 “젊은층은 인구도 적고 투표율도 낮아 정책이 선거 영향력이 큰 고령자 위주로 간다”며 “아예 투표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주장까지 있다”고 말했다.사정이 이런 데도 복지 삭감을 주장하는 정치인은 없다. 표도 안 되고, 고령 유권자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이 교수는 “정치인은 복지 확대를 제안할 때 국민 부담을 숨기거나 뒤로 미루고 급부(혜택)만 강조한다"며 “재정 건전성은 ‘부담하지 않는 자 급부도 없다’는 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는 민생복지, 너는 포퓰리즘”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4대 퍼주기 공약’(고속도로 무료화, 자녀수당 지급, 고교 무상교육, 농가소득 보장)을 내걸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포퓰리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재원 부족으로 공약을 못 지키게 되자 지난해 총리와 당 간사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연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신칸센 추가 건설 등 개발공약을 되살리고 있다. 물론 재원 대책은 거의 없다. 나오시마 마사유키 민주당 부대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데 큰 돈이 들지만, 낭비요인을 없애고 명목 경제성장률이 2~3%가 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플레로 고전하는 일본에선 2%대 성장도 쉽지 않다.
야당인 자민당의 마치무라 노부타카 중의원은 “민주당은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더 퍼줄까에만 관심”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민당도 떳떳할 게 없다. 1000조엔 나라빚은 경제사정이 괜찮았던 1980~90년대 자민당이 마구 쏟아낸 선심성 개발정책에서 비롯된 탓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정치인의 잣대는 ‘내가 하면 민생복지,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다. 다케모리 ?페이 게이오대 교수는 “노다 총리의 소비세 인상 선언은 용기있는 태도”라며 “이제는 여야가 복지개혁 구상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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