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해야 생존' 알지만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M&A·인재 육성 손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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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3년…갈 길 먼 '글로벌 IB 꿈'정부는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을 시행하면서 “국내 증권사 간 합종연횡을 이뤄 경쟁력 있는 IB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소형사 대형사 가릴 것 없이 모든 증권사가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IB업무 등을 포괄하는 백화점식 영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와 M&A를 할 이유가 없다. 그중에서도 위험 부담이 없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선호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2010사업연도에 8조212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는데 위탁 수수료 비중이 65%에 이른다.
국내 IB들도 특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국투자증권은 M&A 자문에서 자원 개발에 특화해 8명의 전문 인력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시도조차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자원 개발 분야를 특화하려고 검토했지만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접어야 했다. 한 국내 IB 임원은 “국내 증권사 IB부문에는 기업금융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몇 명 없다”며 “당장 실적을 요구하고, 저조하면 조직을 바로 바꾸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금융지주 계열 IB는 은행을 활용한 인수금융에 몰두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부동산금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핵심 인력들은 글로벌 IB로 자리를 옮길 기회를 찾는다. 국내 IB 강자인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M&A 담당 상무가 다이와증권 전무로 옮긴 데 이어 최근엔 M&A 팀장도 메릴린치 상무로 이직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강소 IB들이 적극적인 M&A와 인재 영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프리스는 1962년 소형 주식매매 중개회사로 출발했지만 2003년 기술산업 분야 M&A 자문사인 브로드뷰, 2005년 에너지산업 분야 M&A 자문사 랜달드웨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중소기업 전문 IB로 거듭났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고착화된 증권사 영업구조가 변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장 충격 등을 통해 변화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인위적인 M&A 등을 통해 시장 구조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