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시간 0.03초…눈보다 몸이 빠르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런던올림픽 (2) 펜싱

관성·가속도·작용반작용…'뉴턴 운동법칙'의 결정체
오른 허벅지·왼 종아리…반대쪽보다 훨씬 더 굵어

찌르느냐 찔리느냐. 펜싱의 승부는 110㎝ 길이의 검 끝에서 갈린다. 너비 1.5~2m, 길이 14m의 피스트(경기대)에서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쉼없이 공격과 방어, 역습을 계속해야 하는 펜싱은 속도와 균형의 스포츠다.

◆0.03초 이내의 순간 승부펜싱은 순간에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다. 검의 움직임이 일반인의 눈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 채점도 도복 안에 장착한 전자감응기를 이용해 매길 정도다.

톱클래스 수준의 펜싱 선수가 준비동작에서 검으로 상대방의 몸을 터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0.03초 이내다. 인간의 반응속도가 0.3초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방이 공격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김태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펜싱은 예측 불가능한 운동”이라며 “끊임없는 훈련이라는 반복학습을 통해 어떤 상황이 닥치든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실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반복학습으로 움직임을 기계화하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뉴턴의 운동법칙

그렇다면 검의 속도는 무엇과 관계 있을까. 바로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F=ma)을 적용하면 답이 나온다. 힘(F)은 질량(m)과 가속도(a)에 비례하므로 검의 속도는 결국 검에 가해지는 힘에 따라 변화한다.

김 박사는 “펜싱에서 검의 속도는 내력과 외력으로 나뉘는 힘에 비례한다”며 “내력은 근육, 외력은 지면의 마찰력과 관성, 바람, 중력 등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근육의 힘을 최대한 키우고 마찰력과 관성 등을 이용해야 검의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이외에도 펜싱에는 뉴턴의 운동법칙 세 가지가 모두 숨어있다. 관성의 법칙으로도 불리는 뉴턴의 제1법칙은 전후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몸 움직임에 적용된다. 깊게 찌르기에 해당하는 팡트 동작을 예로 들면 앞으로 몸을 밀어내면 관성에 의해 검을 비롯한 몸이 앞으로 쏠려나가게 된다. 제3법칙인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팡트 동작에서 뒷발인 왼발(오른손잡이의 경우)로 땅을 미는 힘이 작용해 반대로 앞발인 오른발을 앞으로 강하게 내밀며 검을 상대방을 향해 꽂을 수 있게 된다.

◆균형의 미학

펜싱에선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많은 종목이기 때문에 항상 몸의 균형이 맞아야 재빠른 반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발은 뒤꿈치를 기준으로 항상 90도를 유지해야 하며 양팔은 180도가 되도록 움직이는 게 원칙이다.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펜싱에서 좌우의 움직임은 거의 없고 전후와 상하의 움직임이 대부분이다 보니 선수들의 체형은 균형이 깨져 있었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뻗는 다리인 오른쪽 허벅지가 왼쪽보다 4~5㎝ 굵었고, 종아리는 왼쪽이 더 굵었다. 한쪽 방향으로 집중된 운동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한 결과였다. 이에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형의 균형을 맞추고 심부 근육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필라테스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힘이 쏠리는 무릎과 발목 등 관절 부위의 부상을 예방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한경 · 국민체육진흥공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