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끝나지 않은 삼성-KT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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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KT가 과도한 트래픽을 이유로 삼성전자 스마트 TV의 접속 차단에 나섰지만 어차피 오래갈 수 없는 싸움이었다. 소비자를 볼모로 한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 개입으로 양사가 논의의 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건은 봉합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사건의 이면에는 복잡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 측면이 있다. 삼성-KT 갈등은 최근에만 와이브로, 아이폰 도입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망 사업자의 초조감이 배어 있다. 원래 ‘망 중립성’은 갑의 위치에 있는 망 사업자의 횡포를 우려해 공정경쟁 차원에서 나온 개념이다. 지금은 그 역학관계가 붕괴되고 있다. 음성에서 데이터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특히 그렇다.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통신사가 망 투자비용 분담을 주장하는 것도 결국 그런 변화의 상징이다. 트래픽 문제는 전통적 망 중립성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망 중립성과는 또 다른 이슈
막상 트래픽 이슈로 들어가면 통신사-제조사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트래픽이 이용자들로 귀결되면 결국 종량제 논의, 요금구조의 일대 변화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그리되면 이용자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게 된다.
심지어 국가 간 미묘한 이해도 작용한다. 망 중립성 하면 미국이 떠오른다. 그런 미국도 망 사정이 열악해지자 투자를 위해 이를 완화한 적도 있다. 지금은 다시 망 중립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망 중립성이 애플 구글 등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미국 정보기술(IT)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유럽은 망 중립성과 함께 트래픽에도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국경을 넘어 밀려드는 트래픽 홍수 앞에 주판알을 튕겨 봤을 게 분명하다. 이런 국제적 환경도 이미 글로벌화된 삼성전자, 내수 성격을 갖는 KT의 이해를 엇갈리게 했을 것이다.근원적으로는 결국 융합이 이렇게 만들었다. 제조사와 서비스사업자의 경계조차 희미해진 그런 상황이다. 삼성의 스마트 TV와 KT의 IPTV가 엄밀히는 다르다고 하지만 공존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게 지금의 시장이다.
이해조정력도 기업 경쟁력
한편으로는 삼성-KT 갈등이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통적인 세계 IT지도는 ‘컴퓨터의 미국’ ‘통신의 유럽’ ‘가전의 일본’이었다. 우리는 디지털을 기회로 삼아 가전의 일본을 밀어냈다. 그리고 지금 스마트를 앞세운 컴퓨터의 미국은 통신을 잡아먹고, 가전까지 넘본다. 스마트폰에 이은 애플 TV, 구글 TV 등이 그렇다. 이대로 가면 결국 ‘컴퓨터의 승리’ ‘미국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망보다 더 무서운 건 플랫폼이다. 지금 우리는 미국을 쫓고 있다. 혼자 뛸 때보다 둘이 연계할 때가 더 유리하다면 삼성-KT 간 협력의 여지는 있다. 문제는 이해관계의 조정이다.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지 우선 의문이거니와 잘못하면 오히려 규제가 될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 시장에서 해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삼성, KT가 서로 애플을 원용해 비난했지만 애플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불과 몇 년 전 미국에서 음반사와 P2P(개인 간 콘텐츠 거래) 업체 및 소비자들이 저작권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었을 때다. 여기서 재빨리 기회를 포착, 이해조정의 수완을 발휘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해 낸 것이 지금의 애플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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