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 적대적 M&A포기했나…한성기업 보유지분 10% 장내 매도

사조그룹이 2008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경쟁사 한성기업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매각 시점을 엿보다 이번에 처분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조오양은 이달 들어 한성기업 보유 주식 55만6510주(지분율 10.16%)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매도 가격은 1만4000원 내외다. 이에 따라 사조오양의 한성기업 지분은 기존 11.8%에서 1.64%로 감소했다. 계열사 사조인터내셔널(옛 오림) 보유 지분 4.4%를 합해도 보유 지분은 6%가량에 불과하다. 10%가 넘는 상장사 지분을 장내에서 일거에 매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량 지분은 장내에 파는 순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시간외 블록딜(대량 매매)이 선호된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이달 초부터 한성기업의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급등락하자 장내에서 물량을 소화시켰다.

사조오양 관계자는 지분 매각 이유에 대해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평가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A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대적 M&A 포기에 무게가 실린다. 사조그룹이 한성기업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사조인터내셔널이 꾸준히 매수하다가 이듬해인 2009년 5월 사조오양까지 나서서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2009년 5월 사조그룹은 두 계열사가 한성기업 지분 14.29%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를 통해 처음 밝혔다. 사조그룹은 지분 취득 초기부터 줄곧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M&A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는 사조그룹이 경쟁사 주식을 대거 취득하자 시장에서는 적대적 M&A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

실제 한성기업의 최대주주인 임우근 회장은 계열사 등을 동원해 2010년 취약했던 지분 구조를 정비한 바 있어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현재 임 회장 등의 보유 지분은 44.33%로 적대적으로는 M&A가 힘든 구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이 M&A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매각 시점을 엿보다가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급하게 처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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