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길 서울농아협회장, "스포츠 통해 3백만 농아인 자긍심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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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 오는 5월26일부터 8일간···서울서 열려
-세계 30개국 4천여 명, 농아인 선수단 및 가족·관계자 등 집결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각국 선수단과 가족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소외 받는 국내 3백만 농아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킬 겁니다." 문 회장의 수화를 전하는 통역사의 목소리 마저 가늘게 떨렸다.
문병길(53) 조직위원장은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서울에서 개최 될 '2012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이하 아·태농아인올림픽)'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문 위원장은 90년대부터 해오던 농아인 지원과 일반인 수화 보급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계기로 서울시농아인협회 중구지부를 처음 창설한 인물이다. 지금은 서울시 6만여 농아인을 대표하는 서울시농아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오는 5월26일부터 8일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세계 30개국 약 5천여 명 농아인 스포츠인들이 펼치는 아·태농아인올림픽이 개최된다. 그는 이 대회의 국내 유치를 성사시킨 숨은 공신이다.
그에게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문 위원장은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 중에서도 농아인들은 의사소통의 한계 때문에 일상 생활은 물론 자신의 의지조차 속 시원히 털어 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그는 우리 사회가 유독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농아인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청각장애학교가 배경이었던 영화 '도가니' 사건의 발단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그는 "농아인들은 정상적인 교육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취업이나 사업 등 경제적 활동은 꿈도 꿀 수 없을만큼 취약한 계층" 이라며 "수화통역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울분과 억울함 조차 제대로 전달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과 농아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야 말로 농아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 '환기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농아인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는 게 문 위원장의 생각이다.IOC(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에는 3개의 장애인스포츠 위원회가 있는데, 패럴림픽을 주관하는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와 스페셜올림픽을 맡고 있는 SOI(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 국제농아인올림픽을 관장하는 ICSD(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아·태농아인올림픽은 ICSD(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 산하의 APDSC(아시아태평양농아인스포츠연맹)가 주관하는 대회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농아인 스포츠 축제인 셈이다.
문 위원장은 2009년부터 대회 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0010년 6월, APDSC으로부터 최종 개최를 승인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뿐. 막상 꿈에 그리던 대회는 유치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문제였다. 그는 30개국 5천여 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들어온다는 가정에 약 5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예산은 13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문 위원장은 "확정된 정부 지원금은 서울시 10억원과 문화체육관광부 3억원 등 총 13억원인데, 그나마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최근 '깍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그는 또 "대회 출전을 위해 서울을 찾게 될 30여 개국 선수단은 10일 가량 서울에 머물게 되는데, 그들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광산업 입장에서 본다면 '30개국 4천명'이란 방문객은 '국가브랜드' 차원에서 그리 녹녹해 보이는 숫자가 아니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장애인이자 국제사회의 이목과 파급력을 지닌 사회적 약자란 측면에서 그 중요성에 힘이 실린다.
출전국 규모에는 차이(101개국 참가)가 있지만, 지난 2009년 대만에서 개최된 '농아인올림픽(DEAFLYMPICS Taipei 2009)'의 경우, 정부지원 500억이 투여됐다. 거기에 사회환원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동참한 기업의 수만도 20여개에 달했고 후원 금액도 약 800억원을 육박했다.
특히 정부차원에 모집된 1만 여명의 농아인 및 일반인 자원봉사는 각국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이미지를 긍적적으로 인식시키는데 '한 몫' 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전국 3백만 농아인과 가족, 일반인들이 힘을 합쳐준다면 우리도 반드시 성공 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사비를 털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켜 농아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 단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외 받은 농아인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축제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직위원회는 오는 22일 오후 3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운영사무국에서 개그맨 신동엽과 탤런트 최정원, 영화배우 임은경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본격적인 대회 홍보에 나선다.
한경닷컴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세계 30개국 4천여 명, 농아인 선수단 및 가족·관계자 등 집결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각국 선수단과 가족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소외 받는 국내 3백만 농아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킬 겁니다." 문 회장의 수화를 전하는 통역사의 목소리 마저 가늘게 떨렸다.
문병길(53) 조직위원장은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서울에서 개최 될 '2012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이하 아·태농아인올림픽)'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문 위원장은 90년대부터 해오던 농아인 지원과 일반인 수화 보급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계기로 서울시농아인협회 중구지부를 처음 창설한 인물이다. 지금은 서울시 6만여 농아인을 대표하는 서울시농아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오는 5월26일부터 8일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세계 30개국 약 5천여 명 농아인 스포츠인들이 펼치는 아·태농아인올림픽이 개최된다. 그는 이 대회의 국내 유치를 성사시킨 숨은 공신이다.
그에게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문 위원장은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 중에서도 농아인들은 의사소통의 한계 때문에 일상 생활은 물론 자신의 의지조차 속 시원히 털어 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그는 우리 사회가 유독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농아인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청각장애학교가 배경이었던 영화 '도가니' 사건의 발단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그는 "농아인들은 정상적인 교육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취업이나 사업 등 경제적 활동은 꿈도 꿀 수 없을만큼 취약한 계층" 이라며 "수화통역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울분과 억울함 조차 제대로 전달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과 농아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야 말로 농아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 '환기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농아인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는 게 문 위원장의 생각이다.IOC(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에는 3개의 장애인스포츠 위원회가 있는데, 패럴림픽을 주관하는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와 스페셜올림픽을 맡고 있는 SOI(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 국제농아인올림픽을 관장하는 ICSD(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아·태농아인올림픽은 ICSD(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 산하의 APDSC(아시아태평양농아인스포츠연맹)가 주관하는 대회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농아인 스포츠 축제인 셈이다.
문 위원장은 2009년부터 대회 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0010년 6월, APDSC으로부터 최종 개최를 승인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뿐. 막상 꿈에 그리던 대회는 유치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문제였다. 그는 30개국 5천여 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들어온다는 가정에 약 5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예산은 13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문 위원장은 "확정된 정부 지원금은 서울시 10억원과 문화체육관광부 3억원 등 총 13억원인데, 그나마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최근 '깍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그는 또 "대회 출전을 위해 서울을 찾게 될 30여 개국 선수단은 10일 가량 서울에 머물게 되는데, 그들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광산업 입장에서 본다면 '30개국 4천명'이란 방문객은 '국가브랜드' 차원에서 그리 녹녹해 보이는 숫자가 아니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장애인이자 국제사회의 이목과 파급력을 지닌 사회적 약자란 측면에서 그 중요성에 힘이 실린다.
출전국 규모에는 차이(101개국 참가)가 있지만, 지난 2009년 대만에서 개최된 '농아인올림픽(DEAFLYMPICS Taipei 2009)'의 경우, 정부지원 500억이 투여됐다. 거기에 사회환원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동참한 기업의 수만도 20여개에 달했고 후원 금액도 약 800억원을 육박했다.
특히 정부차원에 모집된 1만 여명의 농아인 및 일반인 자원봉사는 각국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이미지를 긍적적으로 인식시키는데 '한 몫' 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전국 3백만 농아인과 가족, 일반인들이 힘을 합쳐준다면 우리도 반드시 성공 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사비를 털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켜 농아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 단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외 받은 농아인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축제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직위원회는 오는 22일 오후 3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운영사무국에서 개그맨 신동엽과 탤런트 최정원, 영화배우 임은경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본격적인 대회 홍보에 나선다.
한경닷컴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