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급한 불' 껐다…194조원 2차 구제금융 합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성장동력 상실
1000억유로 또 손벌릴 가능성 커져
그리스에 대한 1300억유로(194조원)의 2차 금융지원안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그리스는 다음달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유로의 국채를 상환할 수 있게 돼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속된 긴축정책으로 성장동력을 잃은 그리스가 국가 부채를 계획대로 줄이지 못해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2014년까지 1300억유로 지원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2014년까지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긴축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인 국가부채 비율을 2020년까지 120.5%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보험사 등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은 원금의 53.5%를 탕감해준다. 이에 따라 그리스가 민간 채권단에 지고 있는 부채(2000억유로)는 1000억유로 아래로 떨어진다. 민간 채권단은 지난해 유럽 정상들과 탕감 비율 50% 안에 합의했지만 그리스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자 추가 탕감을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국채로 얻은 수익을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했다.

◆침체에 긴축까지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를 받은 지 1년 만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또다시 손을 벌렸다. EU 정상들은 지난해 10월 그리스에 13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다.

하지만 2차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국가 부채를 제대로 감축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구제금융 집행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IMF는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현재 160%에서 2020년 120%까지 줄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IMF 등은 그리스가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받아도 이 비율이 129%까지밖에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 때문에 유로존은 그리스 정부에는 더 강도 높은 긴축을 주문했고,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에는 헤어컷(탕감)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근로자 최저임금을 22% 삭감하고 3년간 공무원 수를 20%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리스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이 그리스의 부채 비율을 떨어뜨리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일자리가 줄고 임금과 연금이 삭감되면 소비가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수 감소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리스의 지난해 GDP 증가율은 -6.8%였고 올해도 -2.8%로 전망된다. 청년 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그리스가 성장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3차 구제금융 가능성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유로존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20일 보도했다. 1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가 국가 부채 비율을 계획대로 줄인다고 가정할 때 2014년까지 필요한 자금 규모는 1700억유로다. 이는 2차 구제금융분 1300억유로와 1차 구제금융 미집행분 340억유로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하지만 현재 160%인 국가 부채 비율을 줄이지 못할 경우 그리스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2450억유로로 불어난다. FT는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자금이 다 떨어지면 또 다른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고 이 보고서를 인용해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