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갈 길 먼 산은지주 IPO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
“산은금융지주 기업공개(IPO)가 연내에 성공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합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산은지주 IPO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큰둥하게 답했다. 말만 그럴듯할 뿐 상장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산은지주는 강만수 회장이 얼마 전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돌리는 등 상장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 민영화처럼 험난한 작업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가격이다. 산은지주의 대주주인 정부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산은지주의 공모가격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서 결정된다면 가장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IB 관계자들은 “0.5배도 쳐주기 힘들다”며 머리를 젓는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신한금융지주의 PBR이 0.9배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는 0.5배에 불과하다. 유가증권 평가 손익에 실적이 출렁거리고, 정부의 강한 입김을 받고 있는 산은지주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가는 실권주 인수 폭탄만 떠안게 될 것이라는 게 IB들의 우려다. 그렇다고 정부가 공모가격을 마냥 낮출 수만은 없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국책은행 주식을 순자산가치 이하에 크게 못 미치는 헐값에 팔았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뻔하다. 국회로부터 산업은행의 외화표시채권 정부 보증에 대한 동의를 받아내는 것도 문제다. 산은법에 따르면 정부가 산은지주 주식을 1주라도 팔면 외화채권 발행 때 국회 동의를 얻어야 정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보증이 없으면 발행금리가 높아져 기업 자금조달비용도 영향을 받게 돼 상장 전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산은지주 상장 주관사에 도전하는 한 증권사 임원은 “강만수 회장과 산은지주의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일관성 있는 태도로 시장과 국회를 설득한다면 산은지주의 IPO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산은 민영화의 첫걸음은 뗐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IPO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