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3월 15일 발효] 자동차 양보했지만 돼지고기로 '이익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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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때와 뭐가 달라졌나한·미 FTA는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 때 체결했던 협정안과 이명박 정부 들어 수정된 재협상안이 무엇이 다른지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3개월내 ISD 재협상
정부 "FTA 허점 보완"
◆재협상 후에도 자동차 흑자 전망민주당 주장의 핵심은 작년 11월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안의 내용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한 한·미 FTA 원협정에 비해 경제이익 측면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자동차 분야 협상이다. 양국은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를 연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배기량에 상관없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2.5%)를 4년간 유지한 뒤 5년째 철폐한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8%)를 발효 즉시 4%로 내리고, 이를 역시 4년간 유지한 뒤 5년째 없애게 된다.
당초 원협정에선 미국이 3000cc 미만의 한국차에 대해 발효 즉시, 3000cc 이상 차에 대해선 3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돼있었다. 민주당은 관세 철폐 유예로 국내 자동차의 수출 증대 효과가 반감된 데다, 자동차 분야에 대한 세이프가드 적용을 신설하면서 우리에게 불리한 협정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여당과 정부의 주장은 다르다. 자동차를 양보한 대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관세(25%) 철폐 시기를 2년 늦추고, 복제 의약품의 허가와 특허를 연계해 시판을 막는 규제도 3년 유예해 이익 균형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10개 국책연구기관도 한·미 FTA 경제효과 재분석을 통해 향후 15년간 자동차 분야의 무역수지가 평균 6억3000만달러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최석영 외교부 FTA 교섭대표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한·미 FTA 발효를 환영하는 것만 보더라도 추가협상에 따른 손실보다 미국 시장 진출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차의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이 크게 늘어 관세 유예에 따른 영향은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ISD 재협상 90일 이내 추진민주당이 미국 측에 한·미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제시한 이른바 ‘10+2’안은 폐지가 필요한 10가지 항목과 보완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 2가지 항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재재협상을 요구한 10개 항목 중 9개 항목은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것이다. ‘자동차 세이프가드’ 항목이 재협상을 통해 새롭게 추가됐지만 업계의 반대는 없는 상태다.
한·미 FTA 논란의 출발점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역시 원협정에 담겨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 ISD가 국가 공공정책의 후퇴를 불러올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과 정부는 ISD는 한·미 FTA에만 있는 특별한 제도가 아니라 투자 관련 국제협정에 일반화된 제도라고 맞서고 있다.
작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ISD 재협상 추진 약속에 따라 정부는 발효 후 3개월 안에 미국 측과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고 ISD 재협상을 벌이게 된다. 외교는 ISD 재협상을 준비하기 위해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ISD 재협상은 제도 운영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마지막 보완책을 마련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ISD 조항의 폐지 여부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