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MB "한명숙·이해찬·유시민 왜 말 달라졌나"

李대통령 취임 4주년 회견

친노인사 말바꾸기 비판
FTA·제주 해군기지 등 국익걸린 정책 원칙 고수
野 "임기말까지 남탓…정권 심판론 확산될 것"

“한명숙 대표는 2007년 2월 ‘(제주 해군기지는)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도 ‘제주가 평화의 섬이라는 이유로 군사기지 건설이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유시민 대표는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대양의 평화를 지키는 전진기지가 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야당 대표들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며 ‘말 바꾸기’를 정면 공격했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야당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익이 걸린 핵심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힌 것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공세가 오히려 정권심판론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MB “핵심 정책 밀고 간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익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핵심 정책은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야권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공세의 표적으로 삼는 상황을 더이상 방관하지 않고 적극 반격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핵심 과제의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돼왔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대선을 겨냥한 야권 연대를 위해 ‘말 바꾸기’를 일삼는 데 대해 대통령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합세한 선심성 복지 공약 경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은 결코 해선 안 된다”며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자식들, 오늘의 젊은 세대에 과대한 짐을 지우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야 “MB심판론 확산될 것”이 대통령이 한명숙 대표 등의 실명을 들어 공격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반발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발언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며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에서 확보한 이익마저 밀실협상으로 양보하고, 제주 해군기지는 민항위주 민군복합형으로 추진키로 한 것을 국회와 협의도 없이 군위주 항만시설로 밀어붙여 지역갈등을 심화시킨 장본인이 누구냐”고 공세를 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여당 대표는 엊그제 야당을 심판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하더니, 오늘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남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당 입장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초지일관 국민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온 MB의 공세가 보수결집 효과보다 국민적 심판정서를 확산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김형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