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스마트폰의 힘…채권시장 지도 바꿨다

휴대폰 관련 ABS 발행액 작년 5조8000억…4배 급증
내주 채권발행액 절반 차지
지난해 10월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한 스마트폰이 국내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주 국내 기업들은 이번주보다 1조100억원(73%) 늘어난 2조39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조1200억원은 ‘휴대폰 할부금융채권을 증권화한 ABS’(이하 휴대폰 관련 ABS)다. 휴대폰 관련 ABS는 이동통신회사가 스마트폰 구매 고객들로부터 2~3년에 걸쳐 ‘단말기값을 받을 권리’를 매매가 가능한 채권 형태로 만든 금융상품이다. 지난해 이후 발행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ABS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휴대폰 가격이 비싸지면서 주택이나 자동차 대출 관련 ABS처럼 상품화가 쉬워진 덕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관련 ABS 발행금액은 5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6000억원(383%)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ABS 발행금액 32조4000억원의 17.9%를 차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채권 관련 ABS(31.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발행금액으로 2위였던 무수익여신(NPL) 관련 ABS는 4조3000억원이 발행돼 3위로 밀려났다. 금감원은 2009년까지만 해도 휴대폰 관련 ABS 발행 규모가 미미해 따로 통계를 내지 않았다.

일반 회사채에 비해 낮은 거래 유동성 때문에 비교적 높은 금리를 쳐주는 휴대폰 관련 ABS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구하기 어려웠던 기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차세대 통신망 투자용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휴대폰 할부금융채권을 시장에 내다팔아 현금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관련 ABS 발행 규모는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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