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A씨, 비과세 노리고 월 1억5천만원 보험 가입

"건실한 중형주 찾아라" 사모펀드에도 관심 높아
‘안갯속 경제’가 지속되다보니 강남부자들도 뾰족한 수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의 실마리가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는데다 대선과 총선이 겹쳐 있는 국내 사정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 PB들에게는 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느냐는 고객들의 전화가 적잖게 걸려 온다고 한다. “안정성 위주의 단기 투자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라”는 말이 어느덧 공식처럼 굳어진 모습이다.

하지만 방어적 투자가 길어질수록 투자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실질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다릴 줄 안다는 부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뾰족한 수는 아니라고 해도 뭔가 수를 내야하는 강남 부자들은 비과세와 리스크 감수를 통해 투자수익률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급전 필요하면 중도인출도 가능

서울 논현동에 사는 모 재력가는 36개월 동안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을 매월 납입하는 저축성 보장에 가입했다. 만기 10년에 이율은 연 5.1%. 높지 않은 금리에 큰 돈을 오랫동안 묶어두는 투자여서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재력가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비과세다. 3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올해부터 35%에서 38%로 높이지면서 부자들은 ‘세금을 줄이는 것이 곧 돈 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은행 PB는 “보험은 장기간 가입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예전에 없던 세금을 3%나 더 내도록 되면서 부자들이 ‘세(稅)테크’ 차원에서 꾸준한 관심을 보인다”며 “여유자금이 있는 분들은 복리효과를 보기 위해 다만 몇 개월이라도 선납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험은 납입금액의 70% 정도까지 중도 인출이 가능해 급한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중형주만 20~30개 엄선

올 들어 주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매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강남 부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진 않지만 사모펀드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노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형주 위주로 20~30개를 엄선해서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많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배당주 중심에서 대형주로 관심이 쏠리더니 이제는 대형주가 어느 정도 올랐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업가치가 좋은 중형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배당주 중심의 사모펀드로 4개월 만에 연 7.5%의 수익률을 올린 고객들이 펀드를 청산하고 이제는 목표 수익률을 10%로 잡고 중형주 투자 사모펀드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예금이 연 4%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이 많은 재력가들이 다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주식시장에서 돈을 불리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주식시장과 관련해 이태훈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크럽 PB(팀장)는 “올해 대기업들이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줄줄이 계획하고 있어 공모주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작년과 달리 자산가들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8개월째 연 3.25%로 동결된데다 저리로 유럽에서 풀린 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가 한국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면서 일시적이나마 강세를 보이자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조금이나마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임대료 확실한 상가 관심부동산 시장에선 찬바람이 여전하다. 보유가치가 높거나 상가 등 수익률이 확실한 이른바 ‘노른자’가 아니면 기회될 때마다 팔아버리려는 추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태훈 팀장은 “주택시장의 경우 서울 강남이나 용산 정도 이외에 수도권의 일산 분당 같은 지역은 처분하려는 움직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가 시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1억~2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대형 상가 가운데서도 은행지점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입점할 수 있는 자리는 덩치가 크더라도 임대료를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장은 “자산가치 상승 밖에 기대할 것이 없는 주택시장과 달리 상가는 투자 수익률에 따라 매수세가 양극화되고 있다”며 “시장이 완전히 살아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알짜 상품은 확실히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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