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봄맞이하는 재테크시장

꽃의 전령이 남쪽에 도착했다. 봄을 맞는 재테크 시장은 투자분야마다 분위기가 딴판이다.

주식시장은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으로 코스피 2000포인트 위에서 슬금슬금 걷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발 쇼크’로 표현되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투자자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포천 가산노블리제CC가 문을 닫는 등 지방에 이어 수도권 골프장도 부도공포에 휩싸였다. 골프 회원권을 산 투자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봄이면 사람들은 으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을 읊어댄다. 어여쁜 새색시를 기다리듯 따뜻한 바람을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찬 공기가 몸과 마음을 아직 감싸고 있음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앞서 투자처를 짚어내 수익을 올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찌하랴 부동산과 골프회원권 시장에는 일부 수익형과 알짜 골프장을 빼곤 전반적으로 냉기가 흐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투자자들이 최근 찾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고르는 상품은 지난해와 정반대다. 작년 이맘때엔 너도나도 자문형 랩 상품에 쏠렸다. 자동차·화학·정유 같은 특정 우량종목에 ‘몰빵’을 지르는 구조였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하반기에 결국 큰 코를 다쳤다.시행착오를 겪은 투자자들이 올해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필이 꽃혔다. 종목에 연계하는 상품보다 코스피나 미국 S&P에 연계하는 주가지수형 ELS가 잘 팔린다. 증권사들도 투자자의 니즈를 파악, 예상수익 및 손실리스크가 적은 원금보장형 LES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ELS 중에서도 스텝다운형이 잘 팔린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의 가치를 특정 기간(대체로 6개월)마다 평가해 사전에 정해 놓은 조건에 맞으면 수익을 주고 조기상환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월 60만원(연 7% 중반) 이자(쿠폰 형식)를 받고, 6개월 뒤에 주가가 폭락하지 않으면 원금을 되찾는 구조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횡보하면서 장기적으로 오를 때 안성맞춤인 상품이라고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권순희 PB팀장은 설명한다.

증시는 정신나간 테마종목을 제외하고는 저수익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단번에 상한가를 기대하기보다 연 5~10%의 수익에 만족하겠다는 안전심리에서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