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방이란 말을 쓰지 말라는 북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역시 개혁·개방으로 가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자신의 생일인 지난 1월8일 군과 당 고위간부들에게 개방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군사우선의 선군정치와 독특한 사회주의를 최후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생전의 김정일이 개혁·개방은 체제를 붕괴시킨다며 한사코 거부했던 것과 똑같은 기조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지만 북한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북·미 3차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6자회담이 곧 재개될 것 같은 낙관론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물론 이번 북·미 회담이 일부 진전을 봐 6자회담 재개에 유용했다는 게 미국과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이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 복귀, 대량살상무기 실험 중단 등과 관련한 사전조치를 수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은 27일부터 열리는 한·미 양국의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연습에 대해 불한당들의 용납할 수 없는 전쟁광기라며 성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종전과 같은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체제 안정이 급선무인 북한이다. 시간벌기를 목적으로 북·미 대화나 6자회담을 이용하려들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어차피 북한과의 협상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은 개혁·개방없이는 지금의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우리는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 체제를 흔들 것은 없다고 해도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오는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핵감축 등은 의제가 아니라지만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각성시키는 게 필요하다. 북한에도 핵포기가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가 원칙을 지켜야 북한도 다른 생각을 갖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