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세하면 세수 줄어든다는 것이 왜 역설인가?

기획재정부가 달러의 역설, 절약의 역설, 복지의 역설, 증세의 역설 등 ‘세계경제가 직면한 네 가지 역설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도참고 자료를 발표했다. 달러를 풀수록 미국의 적자는 커지고 저축이 늘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과잉복지는 국가빚만 늘리고 증세는 세수감소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는 대표적 경제현상을 열거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런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의 글로벌 공조와 자구 노력, 지속가능한 복지 모델 정립, 기업 친화적 조세체계 구축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에서 소개한 역설들은 새로운 것도 아니며 사실 역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래전부터 경제학 교과서에 소개된 내용들이고 각국의 경제운용 경험을 통해 여러번 입증된 것들이다. 물론 기재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다소 엉뚱하게 갑자기 이런 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한 데는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있음은 잘 알려진대로다. 새누리당은 연간 10조5000억원, 민주통합당은 연간 33조원이 필요한 복지공약을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출발점이 퍼주기식 복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이 퍼주기를 남발하고 있으니 예산당국인 기재부 속이 타들어갔을 만도 하다. 증세 공약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소위 재벌세를 도입하고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대폭 늘리는 조세개편안을 지난주 발표했다. 이들은 세수증대를 이야기하지만 ‘부자 벌주기’ 측면이 강해 경제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부가 대놓고 정치권의 공약에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역설 시리즈인 셈이다. 오죽하면 이런식으로 에둘러 여론을 환기하려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동반, 상생을 외치며 대중정서에 편승한 것은 정부다. 이제 와서 수습하려니 일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