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굶고 사라진 李대리 뒤따라 가보니…'열공중!!!'

IT업체에서 근무하는 김지성 씨(32)의 점심시간은 동료들보다 1시간 가량 늦다.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텅 빈 사무실에서 영어회화 온라인 강의를 들은 후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때문이다.

김지성 씨는 "새벽 시간이나 퇴근 후에 영어 강의를 듣는 직장인들이 많지만 아침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고 회식이 있거나 야근을 하면 빠지게 돼 점심시간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도 뿌듯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어 점심값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김 씨와 같이 점심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직장인 '런치투어족'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2%가 런치투어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4명 중 1명은 점심시간을 공부, 운동, 쇼핑 등에 사용하는 런치투어족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오피스지역에 위치한 어학원과 헬스장 등은 점심시간대 직장인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여의도와 구로에 있는 한 어학원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런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오부터 1시까지 진행되는 런치클래스에 참여하면 매일 김밥과 음료를 무료로 준다. 어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 점심, 저녁시간 프로그램을 짰는데 점심시간대 강의의 인기가 의외로 높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며 "수강생이 직장 동료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있어 점심시간대 강의 정원이 금방 찬다"고 밝혔다.

오후 12시에서 1시 사이 직장인들을 위해 단체운동 프로그램을 마련한 헬스장, 주민센터 등도 있다.

서울 삼청동 주민센터에 있는 헬스장을 이용하는 직장인 안수현 씨(30)는 "하루종일 앉아만 있는 사무직이어서 운동이 부족했는데 점심시간을 이용하니 부담이 적다" 면서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어학공부, 체력관리 등 자기계발 외에 쇼핑(사람인 조사 24.5%)이나 주식 등 재테크(9.6%)를 하는 직장인도 상당수다.

한편 보광훼미리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오피스가 점포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2%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점포의 매출 신장률 41.2%보다 10.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가에 있는 점포에서 도시락이 더 많이 판매된다" 며 "물가가 많이 올라 저렴한 가격에 식사하고 점심시간을 더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