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줄어든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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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이혼도 자주 하면 이골이 나는 모양이다. 글린 스코티 울프라는 미국의 침례교 목사는 29번 결혼에 28번 이혼하는 ‘기록’을 세웠다. 22~37세나 어린 신부들과 결혼했지만 짧게는 19일, 길게는 7년을 못넘겼다. “결혼은 인생에서 죽음 다음으로 신나는 모험”이란 소신만큼이나 이혼 사유도 엉뚱하다. 아내가 자신의 칫솔을 쓴 걸 트집잡기도 했고, 침대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먹지 못하게 한 게 발단이 되기도 했다. 울프는 19명의 자녀, 40명의 손자, 19명의 증손자를 두었지만 1997년 요양원에서 88세로 죽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혼 관습이나 절차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의 경우 아내가 신발을 문지방에 벗어 놓으면 바로 이혼이다. 아프리카 바비라족 남자는 이혼하고 싶으면 기름을 가득 담은 작은 항아리와 지팡이를 잠자는 아내 머리맡에 놓는다. 푸에블로 인디언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이혼은 쉽다. 자녀 양육이나 재산상 분쟁만 없으면 협의이혼 절차는 별로 까다롭지 않다. 둘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청산하는 게 문제지 제도적으론 맘만 먹으면 갈라설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나라 이혼율이 뚝 떨어졌다는 의외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작년 이혼은 11만4300건으로 14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게 통계청 발표다. 2003년 16만6600건보다는 5만건 이상 줄었다. 경기가 호조를 보인데다 2008년 도입한 이혼숙려제가 주효했기 때문이란다. 주변에 이혼이 워낙 많다 보니 웬만하면 서로 의지하며 험한 세상 헤쳐나가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결혼 뒤에는 한 눈을 감으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신중하게 판단하되 일단 함께 살기로 했다면 되도록 허물을 덮어주란 뜻이다. 부부싸움을 컴퓨터 채팅으로 대신하라는 조언도 있다. 고래고래 소리치고 물건 던지며 싸울 때와 달리 채팅 공방을 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정리되고 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낱말을 설명해 맞히는 TV 노인 프로그램에서/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보이며/ 아니, 네 글자/ 평생 웬수…’(황성희 ‘부부’). 젊으나 늙으나 동화 같은 결혼생활은 환상이다. 그냥 ‘웬수 같은 정(情)’을 지긋지긋하게 쌓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혼은 더 줄어들게 틀림없다.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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