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포르노 몰래 보는 세상…알몸시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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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의 역사 / 필립 카곰 지음 / 정주연 옮김 / 학고재 / 344쪽 / 2만5000원호주 스카이다이버 세계에는 1000번째 다이빙을 나체로 하는 전통이 있다. 뉴질랜드 더니든에서는 가끔 역스트리킹도 발생하는 나체 럭비 경기가 열린다. 프랑스 남부의 카프닥드는 벌거벗고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나체 도시이며, 영국 런던에는 알몸 디스코텍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적절하지 않은 때와 장소에서 옷을 벗으면 풍기문란으로 벌금을 내거나 쇠고랑을 차는 게 보통이다. 클릭 한 번만으로 포르노 비디오를 내려받으며 알몸을 탐하는 세상인데도 말이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나체에 열광하거나 인상을 쓰는 걸까.
《나체의 역사》(필립 카곰 지음, 학고재)는 나체 탐구서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2000여년 나체 역사를 훑었다. 서로 다른 문화지대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정치적, 대중적인 나체활동에 시선을 던지며 사람들이 옷을 벗는 진지한 이유를 살폈다.저자는 종교적 관점에서부터 나체를 본다. 종교는 사적인 공간 외에는 나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빌렌도르프와 몰타의 비너스는 풍만한 몸매의 벌거벗은 여성의 모습이고, 그리스와 인도에서 후에 발생한 종교 역시 남성의 나체 형상을 숭배했다고 한다. 무소유의 서원을 지키기 위해 나체로 생활하는 힌두교 성자, 구원의 상징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나신 등 나체가 힘의 상징으로 바뀌기도 했다.
나체는 정치적이기도 하다. 옛 종교에서는 남성을 중심으로 나체활동이 이뤄졌는데 정치 영역에서는 여성이 더 자주 옷을 벗는다. 여성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다는 주장을 확인해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성적인 대상이 되는데 더 익숙한 여성은 알몸이 되는 것을 더 꺼린다. 그런 만큼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나체는 예술무대에서도 해방과 성적 자부심을 상징한다.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196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 무대에 나체가 올려졌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동으로 나체 표현이 나타나기도 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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