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사세요"…쌓여가는 M&A 매물

뉴서울·88 등 민영화 4곳…가격 비싸 거래성사 '제로'
기업 구조조정 매물 급증…"지방까지 합하면 60여곳"
인수·합병(M&A) 시장에 골프장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시장에 나온 대형 골프장만 10개 이상이고 지방까지 합하면 60개에 이른다. 공공기관 민영화 목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이 쌓여 있는 데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내놓은 골프장도 늘고 있다.

◆법정관리 매물 등 크게 늘어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목적의 골프장 매물이 많다. 삼부토건은 ‘왕궁형 클럽하우스’로 유명한 경남 사천의 타니CC를 매물로 내놨다. 삼부는 골프장 매각으로 밀린 공사비와 시행사 채무인수 자금 등 1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한라건설도 제주세인트포CC와 여주세라지오CC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돈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고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계획이다.

임광토건 역시 같은 목적으로 인천그랜드CC를 매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여주그랜드CC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팔았다. 법정관리 중인 투모로CC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매물 외에도 마르스2호 사모투자펀드(PEF) 보유의 레이크사이드CC가 다음달 공개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충북 오창의 테크노빌GC(퍼블릭 9홀) 등 20여곳이 경매·공매시장에 나와 있다.

골프장 컨설팅업계는 매물로 나온 골프장을 최소 60개 이상으로 보고 있다. 올해 46개 골프장이 입회금 반환을 앞두고 있어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민영화 골프장 거래 제로공기업들이 소유한 골프장 매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뉴서울CC, 국가보훈처의 88CC,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블랙밸리CC, 한국관광공사의 제주중문CC 등 4개. 2009년부터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지만 단 한 곳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들 골프장의 유찰은 대부분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개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입찰자가 참여해야 가능하다.

뉴서울CC는 2009년 이후 다섯 번 넘게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이랜드 등이 인수를 추진했으나 단독입찰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88CC와 제주중문CC도 마찬가지다. 88CC는 2009년 1차 매각 때 10개 정도의 투자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지만 정작 본입찰에서는 두 곳 이상 접수한 사례가 없다. 제주중문CC는 1월 매각 당시 3개 투자자가 LOI를 접수했으나 두 곳이 자격미달로 탈락해 유찰됐다. 블랙밸리CC는 지금까지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가 한 곳도 없다. 최근 자문사를 바꿔 다시 공개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민영화 골프장 가격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수준보다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며 “2차 유찰 이후에는 국가계약법에 근거해 가격을 내릴 수 있는데도 공기업들이 이 부분에서 보수적으로 판단해 유찰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M&A업계 관계자는 “회원권이 팔리지 않아 골프장 매물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민영화 매물에 비해 구조조정 매물은 매도기업의 자금난이 심해 성공률이 다소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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