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이나 "안 살래"…아카시아마을, 경매서 퇴짜맞은 이유는

개발 가능성 없어 감정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서울 관악산 자락의 마을이 통째로 법원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어 최저응찰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관악구 신림동 산121 일대 ‘아카시아마을’이 입찰에 부쳐진다.5만3554㎡(약 1만6200평)로 지상에는 무허가 판자집 96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 땅의 감정가는 166억원에 이르지만 최저 입찰가는 감정가의 13% 수준인 22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5월 경매가 시작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9차례나 유찰된 결과다.

주민들은 이 땅을 ‘두산 땅’이라고 부른다. 토지등기부에는 두산그룹 창업주인 고 박승직 회장과 그의 차남 고 박우병 회장이 1940년 각각 50%씩 소유권을 확보했다. 이후 상속 과정에서 52개 조각으로 쪼개졌다. 이 땅은 2007년 새 주인을 만났다. 현 소유주인 김모씨가 2004년부터 땅을 차례로 사들여 단독 소유주가 됐다. 경매전문인 KJ국제법률사무소의 정충진 변호사는 “통으로 개발하거나 대출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상에는 1960년대부터 무허가 마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12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찰을 거듭하면서 땅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것은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이 땅은 현재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건물을 신축할 수 없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최근 개발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강남 구룡마을은 자연녹지여서 법적으로 가능했다”며 “아카시아마을은 관악산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공원 이외 용도로 활용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원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재원이 없고 판자촌 거주자 대책도 마련하기 어려워 현상 관리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판자촌 주민들을 내보내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판자촌 거주자들이 대체 주거지 마련을 요구할 수 있는데다 보상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은행담보 대출용으로만 가치가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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