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외항선 몰리는 까닭은

연료로 쓰는 벙커C유 質 좋아
정박료도 인하…2월 160척 입항
“믿고 쓸 수 있는 기름을 급유받기 위해 여수로 왔습니다.”

최근 전남 여수시 돌산읍 해상에 닻을 내린 10만t급 벌크선(파나마선적)의 게오르가토스 선장(그리스)은 “파나마에서 밀과 옥수수 등 곡물을 싣고 중국 상하이에 화물을 내린 뒤 곧바로 여수로 향했다”고 말했다. 여수에 외항선들이 몰려들고 있다. 선박 급유를 위해서다. 7일 여수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단순한 급유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항외 정박구역에 머무는 통과선박이 모두 160척에 달했다. 이들 화물선은 곡물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에서부터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선박의 연료인 벙커C유는 국내 가격이 중국보다 t당 20달러 정도 비싸다. 10만t급 화물선의 경우 주유량이 최대 3000t(30억원 상당)가량에 이르는데 환율을 감안하면 같은 양의 기름을 넣더라도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7000만원 정도 더 비싸다. 하지만 한 달에 100척이 넘는 화물선이 수천만원을 더 들여가면서 여수까지 오고 있다.

여수항만청 관계자는 “중국 기름은 질이 떨어지고 일본산은 비싼 데다 여수의 경우 해상의 바람이 적어 자연적인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여수항만청이 통과선박 유치를 위해 항비(선박 체재료)를 80%나 대폭 낮춘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외항선들은 보통 5~6시간에서 길면 2~3일가량 여수에 머물면서 소형선박을 통해 해상급유와 함께 부식 등 생필품과 각종 선용품 등을 공급받고 있다. 또 선원들이 여수에 내려 쓰고 가는 돈도 적지 않아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여수에는 선박급유업체 40여곳과 선용품 공급업체 140여곳이 운영 중이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