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KFC '비밀 레시피'는 직원들의 '일할 맛' 이죠

분홍 토끼賞·발자국賞·돈을 보여줘賞…

데이비드 노박 염브랜드 회장

1975년 미국 홀리데이인 호텔. 낮에는 작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밤에는 호텔 야간 접수원으로 일하던 데이비드 노박은 들뜬 기분이었다. 좋아하던 영국 유명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가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 묵기로 했기 때문이다. 험퍼딩크가 호텔로 들어섰다. 노박은 안내와 가방을 들어다주는 일까지 최선을 다해 서비스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방문을 나섰다.

그러나 험퍼딩크는 그때까지 노박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팁을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었다. 노박은 큰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카운터로 내려와 생각했다. ‘일을 잘한 사람에겐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보상이 크건 작건 상관없이….’그로부터 25년 뒤. 노박은 가방을 메고 한 피자헛 매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방에는 고무로 만든 치킨 인형이 들어 있었다. 그는 평소 눈여겨 본 성실한 직원에게 다가가 불쑥 인형을 내밀었다. 인형과 함께 100달러가 직원의 손에 쥐어졌다.

데이비드 노박. 피자헛 타코벨 KFC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외식업체 염브랜즈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험퍼딩크로부터 상처받고 얻은 교훈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모든 관심을 ‘보상과 인정’에 집중 노박의 선물은 사소하지만 직원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염브랜즈의 기술자였던 척 그랜트는 세상을 떠날 때 노박이 준 고무치킨을 관에 넣어달라고 유언을 하기도 했다. 2000년 47세의 젊은 나이에 CEO에 오른 노박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리더로서의 모든 역량을 직원들에 대한 ‘보상과 인정’에 쏟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다양한 상을 만들었다. 피자헛의 ‘분홍 토끼상’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에게 주는 상이다. 작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마술과 같다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다. 시상식은 파티형식으로 진행된다.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면 분홍 토끼 복장을 한 사람이 나와서 춤을 춘다. 그가 그날의 주인공이다.

멕시코 요리를 파는 타코벨에서도 비슷한 파티가 열린다. 파티가 시작되면 수상자는 석고 위에 올라선다. 타코벨은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직원을 선정해 석고로 발 모양을 떠 준다. ‘발자국상’이다. 이 밖에 회사의 가치를 높인 직원에게 저금통을 선물하는 ‘돈을 보여줘상’, 중국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데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드래곤상’ 도 있다. 이 상들은 모두 노박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직원들의 다양한 능력을 칭찬해 줄 개성 있는 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업무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모든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소통은 기본이다. 염브랜즈에는 ‘360도 피드백’ 제도가 있다. 직속상관이나 직속부하뿐만 아니라 두 단계 윗사람과 두 단계 아랫사람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말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하나의 업무에 대해 최소한 4명이 의견을 주고 받는다. 직속상관과 의견이 맞지 않아 좋은 아이디어가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말에는 정신이 들어 있다

노박은 CEO로 취임한 뒤 염브랜즈만의 용어를 만들었다. 말이 사람의 생각을 규정한다는 생각에서다. 회사에서 ‘보스’란 단어를 쓰지 못하게 금지어로 정했다. 권위적이란 이유에서다. 대신 ‘코치’란 말을 쓰게 한다.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본사는 ‘매장지원센터’로, 계열사 사장은 ‘컨셉트 담당 책임자’로 부르게 했다. ‘무드 엘리베이터’란 말도 만들었다. 동료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으면 “오늘 무드 엘리베이터는 몇 층에 있나요?”라고 물어보란 것이다. 층수가 낮을수록 컨디션이 나쁘다는 뜻이다. 이럴 땐 동료들끼리 서로 다독여주고 얘기를 나누라는 취지다.노박은 자서전에서 “직원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만의 언어와 제도를 만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염브랜즈는 포천이 선정한 ‘201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44위에 올랐다.◆위기에 강한 ‘슈퍼맨’

노박은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경영학을 공부한 적도 없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것과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전부였다. 하지만 친화력과 적극적인 성격이 그를 끌어올렸다. 1988년 펩시코의 마케팅부문 부사장으로 영입된 것. 그 뒤 12년간 피자헛 KFC 타코벨 등 3개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적자를 내며 위기에 빠진 세 브랜드를 모두 흑자로 돌려놓았다. “위기에 강하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그리고 2000년 염브랜즈 CEO 자리에 올랐다.

위기 극복의 비결은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CEO로 발탁되기 직전 타코벨은 큰 위기를 맞았다. 타코벨이 판매하는 타코셸(타코를 싸는 껍질)에서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일종인 스타링크 옥수수가 검출된 것. 스타링크는 사료용으로만 쓸 수 있었다. 공급업체인 아벤티스가 몰래 일반 옥수수와 스타링크를 섞어 판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타코벨 매출은 25%가량 줄었다. 가맹점주들은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아벤티스의 잘못이었기 때문에 염브랜즈는 책임을 질 이유가 없었다. 가맹점을 도울 의무도 없었다. 가맹점이 망하면 가게를 저가로 사들이면 되는 상황. 하지만 노박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가맹점을 지원했다. 그가 가맹점 주인들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것.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 매출은 다시 늘어났다. 가맹점 주인들은 이때부터 노박을 ‘슈퍼맨’이라고 불렀다.

◆‘싱크 빅’ 정신으로 해외 진출

그의 ‘싱크 빅(think big)’ 정신도 염브랜즈의 성장 동력이 됐다. 노박은 어린 시절 아버지 직업 때문에 3개월마다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연방 해안 및 측지 연구소에서 지도 제작을 위해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일을 했다. 노박은 “23개 주를 돌아다니며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키웠다”며 “사업을 할 때 다른 업체들보다 빨리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건 이런 경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노박은 CEO가 된 뒤 중국, 인도, 러시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사내에서는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입맛이 다른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무리라는 이유였다. 반대파들은 미국 시장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게 했다. 이를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중국에선 KFC가 맥도날드를 제치고 외식업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염브랜즈는 중국뿐 아니라 117개국에 진출해 있다. 전 세계 매장은 3만6000여개에 이른다.

노박의 이런 성과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사람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다. 그는 “미식축구 선수를 스카우트하듯 CEO를 뽑는다면 노박이 1순위”라며 “그에게 벅셔해서웨이의 경영을 맡기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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