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급이 수요를 폭발시킨 어린이집 대란

0~2세 무상보육이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자 어린이집이 그야말로 미어터지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들어 13만명의 영아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새로 신청서를 냈다. 일부에선 대기자 명단만 수천명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까지 0~2세 영아 중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보육료를 지원하다 올해는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교육으로 바뀐 결과다. 주부들 사이에는 ‘공짜도 못 찾아 먹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어린이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돈을 내더라도 아이를 꼭 맡겨야 하는 가정조차 어린이집을 못 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지난해 말 국회가 기습 통과시킨 공짜복지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부작용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복지부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자 어린이집 설치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보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어린이집 수요 증가로 당초 예산보다 4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순번이 늦은 가정에서는 양육수당이라도 앞당겨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도 돈이 든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되는 양육수당 지급을 올 하반기 앞당겨 실시할 계획인데 여기에만 6500억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어린이집 이용자 폭증으로 인한 관리 부실과 그에 따른 예산 누수 등의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돈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물론 복지는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특정 복지정책이 도입되면서 수요가 얼마나 추가로 늘어날지를 판단하는 소위 ‘복지탄력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0~2세 전면 무상보육’은 건강과 더불어 복지탄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탄력성이 높으면 복지가 공급될수록 복지 수요가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사전에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어린이집 대란이다. 복지가 때로는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제2, 제3의 대란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