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외자원개발 전문인력 키워라

인력부족으로 성공사례 드물어…실패 감안한 장기계획 접근해야
일부 부작용 국가사업 위축 안돼

배위섭 <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 공대학장 wsbae@sejong.ac.kr >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원화 가치 등락에 따라 에너지 자원의 수입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어서는 등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에너지자원의 공급은 1979년 에너지전담 정부 부처인 동력자원부가 발족한 이래 최근까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최대 이슈다. 이에 따라 유가 등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에너지정책의 큰 화두다. 이는 해외유전을 확보하는 것이 확실한 해답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에 달려 있는 문제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석유개발기업인 아라비아 오일컴퍼니의 성공사례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잿더미 상황에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다. 당시 사우디에 진출한 아라비아 오일컴퍼니는 시추단계에서 커다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금이 바닥나 첫 공의 시추에 실패하면 회사는 망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최대 유망구조를 확보하고 시추를 결정해야 하는 회사 기술진은 절박한 마음으로 시추를 했으며 이는 성공으로 나타났다.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라비아 오일컴퍼니는 일본 유수의 석유개발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사우디의 카푸지 유전이다.

일본의 현황도 우리나라와 비슷해 에너지자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지만 동북부 아키타 등 일본 국내에서 석유가 소량 산출돼 시추·생산을 2차대전 무렵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성은 없지만 기술개발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 일본 대학에서 현장실습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아라비아 석유회사의 성공을 이끈 것은 수년간 축적된 기술과 꾸준하게 배출된 숙련된 인력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유전개발 현장실습을 할 기회가 없는 우리나라로서 일본은 한없이 부러운 대상이다.

1984년 북예멘의 마리브 유전에 진출한 현대, SK 등 국내기업이 석유개발사업에 성공을 이룬 이래 최근까지 대우의 미얀마 가스전, 가스공사의 모잠비크 해상 가스전 사업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성공사례가 없었다. 이는 저유가로 인한 지속적인 투자 위축이 주원인이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원유개발 전문인력의 공백에 기인한다. 성공적인 사업진출을 위해선 투자전문가를 비롯해 유전의 탐사와 시추, 생산 및 증산 기술 등의 기술전문가 배출이 긴박한 상황이다. 에너지자원 사업은 십수년의 장기계획과 국가적인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엑손, 셸 등 메이저들이 선점한 경질유 등 전통 에너지자원에서 탈피해 오일샌드 셰일가스 등의 비전통 에너지자원 개발에 적극적이며, 아프리카 진출에 공을 들여서 현재 메이저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영국의 북해유전도 시추에 실패를 거듭했으며 33공째에 가서야 성공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에너지자원 문제를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에너지자원 사업은 승자독식의 머니게임이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중국이 블랙홀처럼 정부차원에서 세계 자원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소규모 자본의 해외진출은 경쟁력이 없는 상황이다. 지하 수천m의 유전을 탐사·개발하는 유전사업은 시뮬레이션, 심해시추 등 최신기술이 요구되는 첨단 기술분야다. 이 분야의 전문인력을 배출하지 않으면 악순환 고리에 영원히 묶일 수밖에 없다. 브라질의 해상광구를 매각한 SK는 24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LG상사, 미얀마에 진출한 대우 등이 승전보를 알리고 있다. 최근 몇몇 불미스런 일들이 들리고는 있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단계이다.

배위섭 <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 공대학장 wsbae@sejo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