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브릭스 이후 돈 벌 수 있는 투자유망지역…'시베츠'

브릭스 경기둔화 갈수록 뚜렷
'시베츠' 청년층 구성비중 높아
21세기 들어 잘나가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벌써부터 단기적으로 ‘경착륙(hard landing)’,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진국 함정이란 경제발전단계가 일정수준에 도달해 더 이상 성장을 멈추고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아르헨티나와 필리핀이 대표적인 국가다.

한 나라의 경기는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이른바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다. 이 때문에 성장 동인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정지출 증대, 기준금리 인하 등의 정책 수단을 동원해 단기적인 수급상의 불균형 요인만 풀어주면 언제든지 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어서다. 지난 10년 동안 브릭스가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는 데에는 뉴밀레니엄 시대의 성장동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거시경제정책 기조가 분배보다는 성장을 최우선하는 국가일수록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분배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는 성장률이 낮아지는 점이 눈에 띈다.

또 경제운영 원리로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주체들의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는 국가일수록 고성장한다. 인구가 많고 경제연령을 젊게 유지하는 국가일수록 성장세가 빠르다. 금세기처럼 공급과잉 시대에는 한 나라의 성장이 시장 규모와 상품 흡수 능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많은 국가들도 성장률이 높다. 산업별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산업에 강한 국가들도 자원 부족 문제를 메워줄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르다. 하지만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경기사이클이 짧아진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제조업을 다시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영어공용권에 속하는 국가일수록 비교적 오랫동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의사소통이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으로 빠르게 글로벌화가 진전되는 시대에는 특정국 성장동인으로 영어소통 능력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밀레니엄 시대의 성장동인을 감안해 볼 때 브릭스 경제는 아직까지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작년 이후 경기가 둔화세를 나타내는 것은 물가안정 등을 목표로 추진했던 강력한 긴축정책이 가장 큰 요인이다. 단기간에 폭을 크게 가져 가는 ‘빅 스텝(big step) 금리인하’ 정책을 추진하면 경기는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브릭스 경제에 대해 두 가지 면에서 종전에 가져왔던 ‘고성장’ 국가로서의 선입견을 앞으로는 바꿀 필요가 있다. 하나는 ‘S자형 이론’에 따라 브릭스가 성장하더라도 그 속도는 둔화된다는 점이다. 경제발전 단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고성장을 고집할 경우 불균형 전략에 잠복돼 있던 후유증이 한꺼번에 노출되기 때문이다.‘S자형 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됐다. 대부분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서서히 성장 기반과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갖춰진다(유아기). 일단 성장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성장의욕이 급속히 고취되면서 성장속도는 탄력을 받는다(청소년기). 그 후 각종 혼잡비용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 성장이 멈춘다(중장년기).

다른 하나는 좀 더 시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단순히 브릭스처럼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라 청년층이 두터운 국가들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이다. 청년층은 전통적으로 생산가능인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핵심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집중지원 대상이다.

브릭스 경기둔화를 계기로 ‘포스트 브릭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트 브릭스로 거론됐던 국가로는 비스타(VISTA·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아르헨티나), 믹트(MIKT·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마빈스(MAVINS·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그중에서 최근 들어 ‘시베츠(CIVETS)’가 많이 거론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 첫 글자를 따 만들어졌다. 이 용어는 원두를 먹은 사향고양이(civet)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로 만든 루왁(luwak)커피가 최고급 커피이듯 앞으로 명품 성장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들 국가는 높은 청년층 구성과 부존자원에 강점을 갖고 있으나 만성적인 경상적자와 사회불안 등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투자 관점에서 ‘S자형 이론’에 따르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도달하면 확신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 놓을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브릭스에 쏠려 있는 글로벌 투자전략은 시베츠를 비롯한 포스트 브릭스와 균형을 맞춰 가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