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시민 패는 너희들, 해적 맞다" 파문

'제주 해적기지' 발언 동조
"소말리아 해적 소탕한 우리 해군은 뭐가 되느냐"
네티즌들 비난 폭주
소설가 공지영 씨가 “제주 해군기지는 ‘해적기지’가 맞다”는 주장을 펴 파문이 일고 있다. 공씨는 지난 10일 인터넷 뉴스 방송인 뉴스타파 7회를 시청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도민의 말도, 국회의 예산삭감 행위에도 아랑곳 않고 시민을 패고 물속에 처넣는 너희들은 해적이 맞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적기지 논란은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경선 후보인 ‘고대녀’ 김지윤 씨(28)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민주통합당 공천설이 돌고 있는 ‘나는 꼼수다’(나꼼수) 진행자 김용민 씨가 9일 김씨에게 “쫄지말라”며 지지의사를 밝혀 논란을 키웠다. 해군은 김지윤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공씨는 트위터에서 “강정 해군기지 입출항 시 서로(배들끼리) 부딪힐 확률이 높고 심지어 기동력도 전혀 없다”며 “그런데 1조원을 들여 강행하는 이유는?”이라고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조현오 경찰청장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 의사를 밝힌 서경석 목사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공씨의 발언에 대해 11일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인터넷 포털의 토론방에는 “언제부터 대한민국 안보를 군대 한 번 안 다녀온 사람들이 좌지우지하게 됐나”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몸을 던진 우리 해군들은 뭐가 되느냐?” “반어법인가? 아님 작가는 원래 표현방법이 삐딱한가?”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소설가가 사회에 말을 뱉으면 안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공씨를 두둔하는 반응도 일부 나왔다.

파문이 확산되자 공씨는 이날 트위트를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씨는 “헐!! 이런게 기사”라고 예상치 못한 파장에 놀라워했다. 이어 “저도 해군 제독님과 그 이하 장성급들과 개인적 인연이 있습니다. 매번 책도 보내드렸구요. 그러나 이번 일…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제가 그분들에 대한 진정한 도리일 거 같아요. 몹시 서운해들하십니다만”이라고 글을 올렸다.해군 관계자는 공씨의 발언에 대해 “해적기지 논란이 계속 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정치인이 아닌 소설가가 한 발언에 대해 고소를 할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는 이날에도 이어졌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대책회의)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비없세)는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해군기지 부지 안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작업 중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군기지 시공사 측은 이날 기상 악화로 인해 발파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 나흘 동안(7~10일)의 발파 작업으로 생긴 깨진 바위와 흙을 고르는 평탄화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제주 동부·서귀포 경찰서는 지난 9일 해군기지 건설 부지의 펜스를 절단기 등으로 뜯고 진입한 목사 이모씨와 신부 김모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하고 22명을 무단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해군기지 건설에 동원된 대형 바지선이 서귀포시 화순항에서 정박 중이던 어선 3척과 충돌, 2척이 침몰하고 1척은 선체가 파손됐다.

김우섭/이현일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