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휘청했던 두바이몰…UAE 관광객 늘어 '기사회생'

지구촌 리포트 - UAE

축구장 50배 크기서 더 늘려…까르푸 등 앞다퉈 진출 경쟁
지난 1일 오후 6시. 1만4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두바이몰 주차장에는 쇼핑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빈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식당가에는 전통복장의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꽉 차 있고,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수족관 앞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근래 신축된 쇼핑몰들은 상점 식당과 더불어 영화관, 암벽등반, 아이스링크, 실내 스키장 등 레저·스포츠시설과 넓직한 휴식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두바이몰(사진)은 2008년 11월 개장했다. 축구장 50개 크기인 111만4836㎡의 면적에 1200여개 점포가 입점한 매머드급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듬해 두바이는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는 상황에 몰렸다. 두바이몰의 운명도 끝장나는 듯했다. 그러나 두바이몰은 지난 2월 9만2903㎡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메트로역과 두바이몰을 연결하는 820m 길이의 전동식 보행로를 에어컨이 가동되는 밀폐형 터널식으로 설치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관광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두바이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두바이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전략을 유통과 교역중심으로 재편했다.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소매유통시장은 2011~2015년 연평균 7.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투자회사 CB리처드엘리스(CBRE) 조사 결과 전 세계 69개국의 주요 소매업체 294곳 가운데 55%가 두바이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AT커니가 발표한 글로벌소매개발지수(GRDI)에서도 두바이는 글로벌 소매업계 중 가장 매력적인 시장 10위권에 들었다.

수요는 충분하다. 두바이 인구는 약 800만명이다. 중동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도 많다. 2010년 UAE 관광객 수는 1100만명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연간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중동을 휩쓴 민주화 바람도 두바이에 긍정적이다. 시위가 일어났던 국가로부터 도피성 자금이 유입되고 이집트, 시리아 등지로 여행을 가려던 관광객들이 UAE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995년 두바이에 진출해 현재 11개 점포를 운영 중인 까르푸를 비롯해 영국계 슈퍼체인 웨이트로즈, 인도의 룰루, 스웨덴의 가구전문점 이케아, 캐나다의 편의점체인 서클K등도 앞다퉈 진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유통체인이 자국 상품을 우선 진열해 한국 상품의 판매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까르푸에는 유럽 브랜드 과자 음료가 대부분이고 웨이트로즈에는 영국 브랜드 주방기기가 진열돼 있다. 마침 UAE의 부동산 임차료가 2~3년 전 최고치에 비해 50~60% 떨어졌다.

UAE 경제가 살아나면서 빠져나갔던 외국인들도 다시 돌아와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진출하기에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오응천 < 중동지역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