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12…"몇천개 핵무기 없어지는 성과 나올것"

고농축우라늄 제거 등 서울 코뮈니케 발표 예정
MB, 키신저 등 자문단과 회동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마무리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며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외교행사다. 준비기획단은 행사기간을 전후해 한국을 찾는 각국 정상들의 특별기가 45~5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선 ‘서울 코뮈니케(정상선언문)’가 채택되며 23일 참가국 교섭대표들의 회의를 통해 그 내용이 사실상 확정된다. 서울 코뮈니케에는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등 무기급 핵물질의 제거와 최소화 △원자력 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호 강화 △핵과 방사성 물질의 불법거래 차단 등 핵안보에 대한 주요 원칙과 함께 핵과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실천적인 조치들이 담긴다.

2010년 워싱턴 회의에서 채택된 워싱턴 코뮈니케에 핵안보를 위한 포괄적인 방향이 담겼던 데 비해 서울 코뮈니케에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담기는 셈이다.

특히 민간에서 사용하는 HEU를 제거 또는 최소화하자는 게 주요 이슈다. 테러리스트의 탈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HEU를 자발적으로 폐기하자는 내용으로, 1차 워싱턴 회의에서의 공약에 따라 아르헨티나 호주 체코 등 10개국이 모두 400㎏의 HEU를 제거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참가국들이 구체적인 HEU 폐기 계획을 자발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이번 회의로 몇 천 개 분량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없어지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는 정식 의제로 논의되지 않는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테러 방지 방안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핵과 관련, 의미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를 무대로 열리는 정상회의인 만큼 북핵 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HEU, 플루토늄 등 핵물질 최소화를 추구한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장 바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양자회의 테이블에서는 북핵이 직접적인 주제가 될 전망이다. 최근 북·미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협상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관련국 간 양자대화에서 북핵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현인그룹(자문단)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갖고 “여러 나라가 HEU의 자발적 감축을 추가로 선언하고 핵물질과 방사성 물질 도난 방지와 안전한 관리를 위한 기술 확보, 구체적 협력 방안까지 논의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정상회의에서 진전된 규범과 행동 강령을 국제적으로 널리 확산하고 차기 3차 회의까지 더 진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