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억 단독주택 최고가 경매, 시몬느가 낙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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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1억7000만원에단독주택으로는 역대 최고가로 법원 경매에 나온 서울 도산공원 인근 집(사진)이 첫 입찰에서 감정가보다 25% 높은 287억원에 명품 핸드백 제조회사에 낙찰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경매에서 감정가 228억5600만원인 신사동 631의 35 단독주택이 287억원에 팔렸다.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25%다. 대로에 접하지 않은 1종 일반주거지역 내 단독주택이 3.3㎡당 1억7000만원에 낙찰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경매업계는 평가했다.
경매를 참관한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부동산 침체기에 취득세 등 관련 세금과 각종 부대비용을 합해 300억원에 이르는 물건을 선뜻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매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가 낙찰 사례”라고 말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70%에 불과하다.
이날 입찰에는 제일모직과 명품 핸드백 전문 제조업체인 시몬느가 맞붙었다. 서울지역 명품1번지인 청담·신사동 일대에서 잇달아 명품 수입매장을 열고 있는 제일모직은 감정가보다 37억원 많은 266억1116만원을 써냈지만 시몬느보다 21억원 낮아 매입에 실패했다.명품 업체들이 이 물건에 눈독을 들인 것은 명품 패션 매장을 들이기에 알맞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다. 도산공원으로 진입하는 명품거리에 자리잡은 데다 부지면적도 555㎡(약 168평)로 넓은 편이다. 주변 다른 건물들은 이미 명품 매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플래그 숍(대표 매장)을 마련하려는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들이 이 집이 경매에 나오기 이전 몇 차례에 걸쳐 매입을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5명의 의견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시몬느는 고급 핸드백 소재와 디자인을 개발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버버리 코치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 납품하는 회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이 앞으로 명품 매장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하 1층~지상 2층인 이 집은 1975년에 지어진 노후 주택이다. 토지감정가는 227억7900만원이지만 건물 가격은 6900만원으로 땅값이 전체 감정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건물이 경매로 나온 것은 주택 처리를 둘러싸고 상속인들 간의 이견이 계속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당초 정모씨 소유였던 이 집은 부인과 자식 등 6명에게 상속됐다. 이어 일부 지분이 손자로 넘아가면서 5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5명 중 2명이 ‘공유물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 결국 법원에서 경매로 처분됐다.
조성근/박한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