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EU 손잡고 '中 희토류 통제'에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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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횡포 여전" WTO에 공동 제소중국의 희토류(稀土類)를 둘러싼 글로벌 자원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은 전 세계 희토류의 97%를 생산하는 중국이 수출 규제를 통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공동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중재를 요청했다. 앞서 유럽연합(EU) 등이 개별적으로 WTO에 제소한 적은 있으나 미국 유럽 일본이 함께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中 "환경보호 조치…규정위반 아니다" 맞서
◆미·일·EU 함께 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 “중국의 희토류 및 관련 제품 수출 제한은 국제무역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철폐돼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과 함께 WTO에 분쟁중재를 공식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WTO 제소 사실을 밝혔다.
WTO는 지난 1월 말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국제무역 기준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카를 데 휘흐트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WTO가 분명한 중재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수출 규제들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기업들이 수십억유로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 수출 당국이 우리 기업들에 희토류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7개 주요 희토류 전 세계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은 지난 몇 년간 희토류 수출 한도를 크게 줄였다. 이 때문에 각국 기업은 중국 기업들보다 비싼 가격에 희토류를 살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해왔다.WTO 규정상 중국은 60일 안에 미국 EU 일본과 협의를 가져야 한다. 여기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소국들은 WTO에 분쟁해결을 위한 조사단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 뒤 이들의 조사와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중국 “다른 나라도 공급 책임져라”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외국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U의 경우 올해부터 EU 역내를 드나드는 모든 항공기에 ‘이산화탄소 배출 부담금’(탄소세)을 부과하자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는 등 양측 간 긴장이 팽팽한 상태다.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내 수요를 맞추고 지나친 채취로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수출 물량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희토류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으로 개발 과정에서 환경 파괴의 위험이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의 36.4%에 불과하지만 수출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이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희토류 매장국들도 중국과 함께 희토류 공급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희토류rare earth metal. 란탄 계열 15개 원소(원자번호 57~71번)와 스칸듐, 이트륨을 합친 17개 원소를 일컫는다. 백금과 텅스텐처럼 희귀금속의 한 종류다.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해 광학유리·전자제품 등 첨단산업(반도체, 풍력터빈, 하이브리드카) 소재로 쓰인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