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스마트 혁명'…나스닥 3000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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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버블' 때와 달리 실적이 주가 뒷받침미국 나스닥지수가 13일(현지시간) 3000선을 돌파했다. 2000년 12월 이후 11년3개월 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16.69% 올라 다우지수(7.86%)와 S&P500(11.00%) 상승률을 웃돌며 질주하고 있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돼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 등 대형주 급등…"지수 착시현상" 경계도
나스닥지수는 이날 56.22포인트(1.88%) 상승한 3039.88로 마감했다. 미국의 2월 소매판매가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소식과 중앙은행(Fed)이 2014년까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고용 사정이 나아질 조짐이 보인다고 Fed가 밝힌 것도 투자심리를 부추겼다.미국 주요 언론들은 올 들어 나스닥시장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1990년대 말 기술주 열풍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닷컴 버블’ 때 상당수 나스닥 기업들은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고 사업모델도 부실했지만 지금은 실적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전 분기 애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8% 급증했고 시스코(43%) 인텔(14%) 구글(8%) 등 나스닥 대형주들도 선전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이 불러온 IT 혁명의 혜택이 애플 등 대형사부터 중소 부품업체들까지 확산되면서 나스닥 기술주들이 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나스닥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게 잘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폴 라슨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2000년 3월 나스닥지수가 5000을 돌파하며 꼭지를 찍었을 때 PER이 155배에 달했지만 지금은 24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용도 좋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1999년의 10배에 이른다. 미국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10개 중 8개가 나스닥 소속이다.
다만 일부 대형주 주가 급등에 따른 착시 현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0년 3월 주당 31달러대였던 애플 주가는 568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나스닥 시가총액 중 애플 비중은 11.2%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인텔 시스코 등 상위 6개사 합계는 26%에 달한다.
한편 미국 증시 강세로 14일 코스피지수는 20.04포인트(0.99%) 오른 2045.08로 마감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도 7개월반 만에 1만엔 선을 회복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