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SW로 GEㆍ지멘스 등과 맞짱"

서호준 BNF테크놀로지 대표

발전소 정지예방 솔루션 세계 첫 개발
사우디·인도서 러브콜…美·브라질과 협상
덩치 큰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해온 플랜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샛별로 떠오르는 중소기업이 있다. 플랜트 제어용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해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BNF테크놀로지(대표 서호준)가 주인공이다. 서호준 대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BNF테크놀로지는 화력·수력·원자력 등의 발전소와 화학·정유·철강 등 플랜트를 제어·관리하는 소프트웨어(MMRO)를 만드는 회사다. MMRO는 플랜트 공정 중 비효율이나 낭비가 발생하는 부분을 점검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물을 내도록 돕고, 설비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사전에 고장을 방지한다. 안전성이 중요한 대형 플랜트에는 반드시 필요한 소프트웨어지만 2005년 이 회사가 국산화하기 전까지 수십년간 GE 지멘스 ABB 등 다국적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해왔다. 서 대표는 “가격이 다국적 기업 제품의 절반 정도인 데다 고객별로 맞춤형 설계를 해주는 게 특징”이라며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대형 플랜트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전소의 트립(플랜트 전체가 갑자기 정지하는 현상) 원인을 추적해 미리 막아주는 플랜트 정지예방 솔루션(TIS·Trip-cause information system)은 이 회사가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서 대표는 “트립이 발생하면 하루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탓에 각국 발전소들의 골칫거리였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들은 해외 대기업 관계자가 수소문 끝에 대전까지 직접 찾아온 적도 있다. ‘트립’으로 골머리를 썩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에너지 분야 대기업 오너의 아들이 삼성그룹 계열사 한 곳을 방문해 ‘BNF테크놀로지를 찾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는 것. 서 대표는 “‘BNF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그의 설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며 “이후 사우디 전력공사·담수화공사 등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우디에 깃발을 꽂은 이후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레이시아 태국 브라질 미국 등과도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에너지 플랜트 기업에 근무하던 서 대표는 플랜트용 소프트웨어를 고객 니즈에 맞게 국산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 2000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해외 기업들은 자사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무조건 끼워팔아 가격이 비싼 데다 애프터 서비스(AS)도 늦었다. 그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글로벌 기업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80억원. 그는 “제품 특성상 신뢰가 중요해 신규 거래를 트는 데 오래 걸리지만 품질을 인정받은 만큼 올해부터는 해외 판매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매출 300억원을 목표로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