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美 "탐나던 한국산, 가격 싸지니 더 사겠다"

美 유통·제조 바이어 환영

월마트, KOTRA와 손잡고 한국 中企와 구매상담 추진
“중국산 섬유는 저렴하기는 하지만 고가의 완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없어 늘 고민이었죠. 품질 좋기로 정평이 난 한국산 섬유가 한·미 FTA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 뉴욕에 아이패드용 핸드백 제조업체를 설립한 마이클 유맨스.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13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나 “가죽은 이탈리아산, 화학섬유는 한국산을 구매해 핸드백 제조에 사용하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맨스의 목표는 최대 2000달러(200만원)에 달하는 고부가 핸드백을 애플 공식 매장인 애플스토어에 납품하는 것. 그는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하고 돈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좋은 원재료가 기본”이라며 “중국산 섬유는 품질이 받쳐주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한·미 FTA로 한국 섬유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돼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15일 발효에 들어간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바이어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최대 드러그스토어(약국을 겸한 슈퍼마켓)인 월그린의 프리실라 량 글로벌 소싱매니저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미국 유통기업들은 최근 거래처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발효로 한국산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구매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최대 할인매장 월마트의 스콧 베일스 소싱매니저도 “같은 제품을 경쟁사보다 싸게 판매하는 월마트의 전략상 한국 제품의 가격 인하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미용기기, 의류, 타이어 등을 만드는 한국 중소기업 20여곳과 구매 상담을 벌이는 ‘월마트 데이’ 행사를 KOTRA와 함께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미 FTA의 기회를 잘 살리려면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바이어들은 지적한다. 닉맨 매니저는 “FTA 수혜 품목과 이점을 미국 기업 실무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