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 계산기 두드리며 '흐뭇'해 하는 이유

"지난해 80만 원대에 10주 사놨던 걸 올 초 113만 원에 팔았어요. 한 400만 원 정도 이득 본 것 같아요. 조금 더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주식이요? 한 달 치 월급 털어도 2~3주 살까 말까 한걸요. 엄두도 못내죠. 그래도 주가가 오르니 기분은 좋아요."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직원들도 한껏 고무돼 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직원들은 과연 얼마까지 올라갈까 기대하며 남몰래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다. 주식이 없는 직원들도 자신이 속한 사업부의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뿌듯함에 표정만큼은 밝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주가가 60만 원대로 밀려났지만 11월 100만 원을 재돌파한 뒤 지난달 120만 원을 넘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6개월 여 만에 주가가 2배 넘게 올랐다.

올 1분기 역시 스마트폰 활약과 반도체 회복세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연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4조1248억 원, 4조5762억 원이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제시한 예상치보다 각각 5%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직원들의 자부심은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주가 상승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무선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주식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왠지 힘이 난다.

무선사업부 한 직원은 "비록 보유 주식이 없지만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하는 등 최고가 기록에 공헌했으니 열심히 일한 보람이 있죠"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개발 부서에선 '공밀레'(에밀레종처럼 개발자들의 희생이 들어갔다는 의미)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모두 고생하고 있지만 주가가 쭉쭉 오르고 성적으로 나타나니 힘이 되죠"라고 이 직원은 덧붙였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황 개선이 예상되는 반도체 사업부나 6년 연속 '세계TV 시장 1위' 기록을 달성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들도 의욕이 넘치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ㆍ헬스 분야 직원들은 "앞으론 우리가 기여할 차례"라는 분위기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직원들은 요즘 누가 우리사주를 얼마나 가졌다더라 하는 얘기를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곤 한다. 회사가 1999년 마지막으로 실시했던 우리사주조합 배정을 통해 주식을 받은 직원 중 아직까지 팔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 당시 주당 6만9000원에 우리사주를 샀던 직원들은 주가가 60만 원 선에서 왔다갔다 할 때 대부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 여직원은 우리사주를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데 현재 차익을 계산하면 '억'대에 가깝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