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겨울잠 깨어난 곤충 유혹하는 꽃…둘의 더부살이 모습 생생히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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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마음 야생화 마음차가운 얼음을 뚫고 핀다고 해서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복수초. 황금빛 복수초는 해가 떠올라 질 때까지 태양을 쫓아다닌다. 햇빛이 비쳐야 꽃을 피우고 빛이 사그라지면 꽃잎을 닫는다. 이렇게 태양열을 꽃 안에 모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곤충을 유혹한다. 꽃 속 온도는 꽃 밖보다 5~7도 높다. 얼레지 꽃은 한낮이 되면 변신을 한다. 아침만 해도 암술과 수술을 덮고 있던 꽃잎이 낮이 되면 점차 펼쳐져 암술과 수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곤충에게 ‘나 먹을 거 많다’고 광고한다. 10개의 수술을 가진 패랭이꽃은 수술 5개를 먼저 성숙시키고 꽃가루가 없어질 즈음 나머지 5개를 성숙시킨다. 곤충을 오래도록 불러들이기 위한 ‘시간차 전략’이다. 물봉선은 위쪽 꽃잎에 암술과 수술이 달려 있다. 꽃 꿀을 찾아 꽃 속으로 들어가는 곤충의 몸에 암술과 수술을 닿게 해 꽃가루가 전달되도록 한다. 이처럼 야생화들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놀랄 만큼 독특한 전략을 갖고 꽃을 피운다.
정부희 지음 / 상상의 숲 / 432쪽 / 4만5000원
《곤충 마음 야생화 마음》은 한반도 길섶에서 야생화와 곤충이 더부살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곤충의 밥상》과 《곤충의 유토피아》에 이은 ‘정부희 곤충기’ 세 번째 책이다. 곤충학자인 저자는 생존과 번식을 둘러싼 곤충과 야생화의 열정적인 속삭임을 750여장의 생태사진과 함께 전한다. 꽃은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곤충은 그 대가로 중매를 서주니 서로 돕는 공생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는 야생화는 오로지 자신의 대를 잇기 위해 꽃 밥상을 차리고, 곤충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꽃 밥상을 찾아온다고 설명한다. 이런 우연 같은 필연이 공존하는 것이 꽃과 곤충의 관계다. 곤충을 유혹하는 충매화 외에도 개모시풀 돼지풀 깨풀 쑥 등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 목화 서양민들레 등 스스로 번식하는 야생화의 생존전략도 설명한다. 북방갈고리밤나방 맵시곱추밤나방의 한살이도 처음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현미경 속 세상에 매몰되지 않고 오랜 시간 야외 관찰과 실험을 통해 식물계와 동물계의 상호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낸 스토리텔링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