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부산 재개발 사업성 없다" 철수 채비

구포·동대신·봉래 등 12곳 시공권 포기
건설사들, 수도권서도 '발빼기' 잇따라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포기하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져 공사비를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집값 하락으로 사업장의 상당수는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시공권 포기 사례가 이어질 전망이다.

◆줄잇는 시공 중단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방 광역시 사업장에서 본격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6일 대표이사 명의로 부산지역 12개 재개발조합에 공문을 보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개발 착공이 늦어져 경영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더 나은 조건의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할 때는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보받은 구역은 구포2·4·6·8, 동대신2, 봉래1, 당감3·8·10, 범일2, 문현1, 복산1 등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먼저 계약을 파기하면 조합에 빌려준 돈을 받기 힘들어지고,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공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조합이 타 업체와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현대건설은 전국 140여곳의 재개발·재건축구역 중 상당수 조합에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도 작년 12월 부산 재송2구역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월 구산1구역 시공을 포기했다. 시공비 인상안에 대해 조합과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개나리4차, 용산국제빌딩4구역, 왕십리3구역 등 알짜 사업장에서도 건설사들이 시공을 포기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그동안 수주 잔액 높이기 경쟁으로 수익성을 따져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공권을 확보한 사례가 많았다”며 “조합 대여금을 떼이거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보는 공사 못한다”

시공 포기 사유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지방에서는 사업성 부족이 대부분이다. 건설사들은 조합원 추가 분담금과 일반 분양 수익금으로 공사비를 회수한다. 조합이 제시하는 일반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크게 높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미분양으로 공사비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공사를 포기하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주변 집값이 뛰어 사업성이 확보될 때까지 착공을 미루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자는 조합과 시공 본계약을 미루는 건설사들 간에 분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수도권에서는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분쟁이 시공을 포기하는 주요 사유다. 건설사들은 본계약 때 원자재값 상승 등을 감안해 가계약 때 제시한 공사비보다 높게 받으려고 하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면서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구산1, 용산국제빌딩4, 왕십리3 등의 구역이 대표적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광역시에선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나와 사업이 멈춰선 곳이 부지기수”라며 “분쟁 발생 때문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사실상 시공을 포기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