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물이용부담금 지자체에 넘겨라" 요구

한강수질개선 효과 미미…환경부 "월권" 강력 반대
서울시가 한강 수질 개선 등으로 쓰기 위해 중앙정부가 도입한 물이용부담금 사용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라고 15일 공식 요구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중앙정부의 고유권한을 침범하는 행위”라고 강력 반대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맞붙는 모양새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현행 물이용부담금제는 서울시 등 한강 하류 납부자와 상류 사용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강 수질이 개선되는 등 시민이 낸 부담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물이용부담금제는 정부가 1998년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특별종합대책’을 확정한 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했다. 전체 재원 중 서울시가 45.5%, 경기도 40.5%, 인천시가 12%를 부담한다. 가구당 연 4만원씩 납부하고 있으며, 2010년 말까지 총 3조4253억원이 부과됐다. 시는 물이용부담금 도입 목적이 수질 개선인데도 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는 현행 중앙정부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한강수계관리위원회를 서울과 경기, 인천, 충북, 강원 등 5개 지자체가 주도하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환경부 차관이 맡는 위원장직을 지자체 단체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서울시가 절반에 가까운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하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총괄하면서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정무적인 판단’에 근거해 지나친 요구를 한다”며 “중앙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일각에선 서울시의 이 같은 요구가 사실상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가 이날 전면 검토를 요청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관련 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