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부동산] 암반은 뼈, 흙은 살, 지하수는 피

자연 산천은 사람 몸과 똑같아
7할 이상이 산으로 에워싸인 한반도에서 산은 한국인의 삶이 움튼 고향이자 죽음의 안식처다. 양지 바르고 아늑한 산자락에는 어느 곳이나 자연 부락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있다. 백성들은 산에서 흘러온 물을 마시고, 밭을 일군 뒤 곡식을 심었다. 산에서 땔나무를 구해다 불을 피우며 살았다.

먼 할아버지대부터 조상의 뼈와 살을 묻어 왔기에 산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포용한 잉태지(孕胎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조상의 영혼이 숨쉬는 성스러운 곳이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굽이치는 산맥과 산줄기 사이의 작은 땅에서 오밀조밀 모여 사는 것이 한국인의 참 모습이다. 그저 산의 품에 안겨 그 정기를 받아 살 뿐 자연에 대해 강자일 수 없는 나약한 존재들로 비쳐진다. 도시가 발달하기 전 산속에서 태어나 살다 그곳에서 죽으면 다시 산에 묻혔으니 산은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그 품에 안겨 편안히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았다.물은 사람을 비롯한 삼라만상에게 반드시 필요한 생명의 근원이다. 한국은 불행히도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에 해당한다. 사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누구나 느끼지만 어릴 적 물놀이하던 개천은 현재 마른 하천이 됐다. 힘껏 뛰어야 건널 수 있던 냇물도 지금은 물이 흐른 흔적만 남은 채 메워진 경우도 흔하다.

여름에는 홍수가 날 정도로 물이 넘쳐나지만 겨울과 봄에는 식수를 걱정할 정도로 가뭄이 드는 강수량의 계절별 차이가 있고, 또 물이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물을 가두어 쓰기가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 십 년 전에는 10m만 파도 지하수가 콸콸 솟아났던 땅이 요즘은 지하수 수위가 10m 이상 낮아져 식수조차 구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지하수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일부 지역은 우물을 먹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지하수 수위가 급속히 낮아지고 오염되는 원인에는 물 낭비가 심한 사회적 풍조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토 개발로 인한 지맥의 무분별한 훼손과 그로 인한 수맥 단절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생각한다.

풍수는 자연 산천을 사람의 몸에 비유한다. 땅속의 암반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뼈, 지표면의 흙은 살, 지하수는 피, 초목은 털이다. 사람의 몸에는 거미줄처럼 엉켜진 경락(經絡)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뻗어 있는데, 이것은 기혈(氣血)이 흘러다니는 통로라서 맑은 피가 몸의 구석구석을 막힘없이 잘 돌아야 신체가 건강하다. 마찬가지로 자연 역시 지맥을 따라 지하수가 산줄기를 거침없이 흘러야 대지에 생기가 돌고 자연 생태계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도로와 택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면 필연적으로 백두대간의 정기가 흐르는 산줄기의 맥이 인위적으로 끊기거나 지맥이 훼손당한다. 몸에 큰 상처가 났을 때 피가 신체 각 부위로 공급되지 못하는 것처럼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도 끊기거나 흐름에 교란이 일어난다. 땅속에 물이 부족해지니 동식물이 살 수 없고, 그들이 살 수 없는 땅은 사람도 살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산이 있으면 물이 흐르고, 물이 흐르는 사이에는 반드시 산이 있다. 국토를 개발할 때면 산의 흐름과 맥세(脈勢), 그리고 지하 수맥이 끊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