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ㆍ독일 '일하는 복지'로 돌아서는데…

재정부 '유럽 복지개혁 시사점' 보고서

근로 유인책 강화로 고용개선·복지사각 줄여
재정 고려해 고의 취업기피자엔 실업급여 축소
내달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정치권의 복지 공약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연일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복지 개혁을 진행 중인 유럽 복지 선진국 사례를 들어 정치권의 ‘퍼주기식 복지’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재정부의 복지 원칙인 ‘일하는 복지’를 근간으로 하되 현재의 복잡한 복지전달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복지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유럽, 효율적 복지 전달에 초점

재정부는 18일 ‘유럽 주요 선진국의 복지 개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의회를 통과한 영국의 복지 개혁 법안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이번 영국의 복지 개혁은 1942년 복지국가의 근간을 이룬 비버리지 보고서 탄생 이후 영국 복지체계의 가장 큰 변화로 규정되고 있다.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8년 52.0%에서 2010년 80.6%까지 치솟자 이번 개혁을 준비해왔다. 복지 개혁 법안의 핵심은 ‘통합 급여’(Universal Credit)의 신설이다. 이는 근로자의 소득 변화에 맞춰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비율을 소득 증가분의 65%로 단일하게 설정한 것이다. 이전에는 급여 제도가 너무 많아서 일을 해서 소득이 늘어나도 그에 맞춰 복지 급여를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제각각 흩어져 있던 개별 복지급여들도 하나로 묶고 소득 보조, 구직자 수당, 고용 및 지원수당 등은 폐지했다.

재정부는 복지전달 체계를 개선한 독일의 개혁 사례도 들었다. 독일은 임금 중 연금이나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GDP 대비 41%까지 올라가자 복지 개혁을 단행했다. 독일은 개혁을 통해 실업급여와 공공부조를 정액급여 체제로 통합한 뒤 실업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실업자에게 지급했다. 허장 재정부 대외협력총괄과장은 “영국과 독일은 복지전달 체계의 단순화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부정 수급자를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각종 복지사업이 유기적인 연계 없이 시행돼 복지 재정이 증가해도 국민의 복지 체감도와 만족도는 높지 않다”며 “복지전달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혁 목표는 ‘지속 가능한 복지’‘조건 없는 복지’에서 ‘일하는 복지’로 전환도 유럽 각국이 추구하는 공통된 개혁 방향으로 꼽혔다. 독일은 실업급여 때문에 고의적으로 취업을 기피하는 장기 실업까지 생겨나자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최장 32개월에서 12개월로 대폭 축소했다. 또 일자리와 직업훈련을 거부하면 급여 수급을 아예 중단해 버렸다.

반면 고용 보호는 완화했다.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신규로 구직자를 고용하면 기간제 계약 기간에는 해고보호 조항을 적용하지 않게 했다. 그 결과 독일의 고용률은 2005년 66.0%에서 지난해 8월 기준 72.5%까지 올랐다.

영국의 복지 개혁 법안도 일하는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 구직활동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금전적 제재를 가했다. 근로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3~6개월간, 상습적이면 최대 3년간 통합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재원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복지’는 유럽 선진국 개혁의 목표로 소개됐다.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고부담-고혜택’ 모델로 재정적자가 지속되자 강력한 재정 개혁을 단행했다. GDP 대비 2%의 재정흑자 목표를 세우는 한편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일을 하도록 했다. 또 복지 재원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세금 인하 등 친시장 정책들도 대거 도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 지출을 단기간 내 큰 폭으로 증가시키면 미래 세대에 부담이 가중돼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복지 재원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