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안부러운' 세종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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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이 로펌 이미지와 맞느냐는 지적도 있었어요.”

지난 16일 서울 도심 명동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테이트타워 남산’ 빌딩 8층 회의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가 사옥이전을 둘러싼 에피소드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세종은 지난 5일 서울 회현동 이 건물로 사옥을 옮겼다. 1991년 3월 순화동 에이스타워에 둥지를 튼 지 꼭 21년 만이다. 매년 20~30명씩 변호사들을 새로 영입하면서 기존 건물의 공간이 비좁아진 데다 정동의 별도 사무실과 하나로 합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부 변호사들이 반대했다. 무겁고 권위감이 느껴지는 종래 합동 법률사무소 분위기에 익숙한 변호사들이었다. 김앤장 광장 등 대부분 로펌들의 내부 인테리어가 천편일률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신 사옥은 지하 6층, 지상 24층의 친환경 첨단빌딩이다. 1층 이탈리아 식당을 비롯해 2층 스파와 헬스시설 등 건물 전체의 운영관리를 C호텔이 맡고, 곳곳에 유명 화가의 손길이 배어 있는 등 비즈니스 호텔의 감각이 느껴진다. 세종은 이 건물 5~10층을 쓴다. 3층도 언제든 임대 가능하도록 옵션을 걸었다. 김 대표는 “돈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의 3분의 2를 사무실에서 지내는데 쾌적한 환경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설득했다. 여기에는 얼마 전 북한산 자락에 양옥집을 지어 이사한 김 대표의 남다른 주거철학도 한몫했다. 결국 투표까지 해 3분의 2 찬성으로 잡음(?)을 잠재울 수 있었다.

세종은 작년 1350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김앤장(약 5000억원) 태평양(약 1700억원)에 이은 3위다. 기업공개(IPO)와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김앤장을 앞서거나 대등한 정도까지 추격 중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